中 19차 당대회 관전 포인트는…시진핑의 '전통 깨기' 성공할까
'왕치산 유임·시진핑 사상 명기·차기 지도자 선정' 등 모두 전통 어긋나
"당대회 개최기간 연장 여부 지켜봐야" 지적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일이 다음 달 18일로 확정되면서 당 대회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온갖 추측이 나온다.
19차 당 대회 관전에서 핵심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확립될 수 있는 지다.
반부패 사정 운동으로 반대파를 차례로 제거하고, 지난달 1일 건군 90주년 열병식에서 군부 장악력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을 생각할 때 시 주석의 당내 지배력은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집단 지배체제의 전통을 모두 깨뜨려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1인 지배체제 확립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심사위 서기의 유임도 당의 핵심 전통을 깨야 하는 일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7상8하(七上八下)' 원칙은 1980년대 덩샤오핑이 정한 후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지도부 인사 원칙이다.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을 주도하면서 그 정권 기반을 강화해온 왕치산이 관례를 깨고 유임할 경우 이는 시 주석의 절대권력이 확립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예고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 주석도 20차 당 대회가 열리는 2022년이면 69세로서 주석직을 차기 지도자에게 물려줘야 하지만, 7상8하 원칙이 깨지게 되면 장기 집권의 길을 열 수 있게 된다. 이를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다른 절대 관심사인 '시진핑 사상'의 당 지도사상 확립 여부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黨章)에는 현재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만 명기돼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주창한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등의 지도방침도 각각 명기했으나,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이 명시되면, 이는 '이론'으로서 당장에 규정된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급의 권위가 부여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역대 지도자의 이론이 당장에 명기된 것은 모두 그들의 퇴임 이후에 이뤄졌던 일이다.
덩샤오핑 이론이 당 지도이념으로 격상된 것은 1997년 2월 그가 사망한 후 같은 해 가을에 열린 15차 당 대회 때였다. 장쩌민의 삼개대표론은 2002년 그가 은퇴한 16차 당 대회 때,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도 그의 은퇴 시점인 2012년 18차 당 대회 때 당 지도사상으로 규정됐다.
재임 기간에 자신의 사상을 당 지도사상으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을 예고한다.
차기 지도자 선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시 주석의 전통 깨기가 시작됐다.
중국의 권력 승계는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의 젊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격대지정(隔代指定)'의 모양새를 가진다.
이는 통상 10년을 집권하는 국가주석이 집권 후반기 5년을 시작할 때 7상8하 원칙에 따라 67세 이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권을 시작할 때는 62세, 차기 지도자로 내정될 때는 50대 후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
덩샤오핑이 낙점한 후진타오는 1992년 50세의 나이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으며, 10년 후인 2002년 집권했다. 장쩌민의 지지를 받은 시 주석은 2007년 17차 당 대회 때 54세의 나이로 상무위원이 됐고, 5년 후인 2012년 주석 자리에 올랐다.
이에 2012년 18차 당 대회 때에는 후진타오의 뜻대로 각각 49세의 후춘화(胡春華), 쑨정차이(孫政才) 등이 신임 정치국 위원이 돼, 차기 지도자 후보군을 형성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쑨정차이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부패 혐의로 최근 낙마시켜버렸다. 전 지도자가 낙점한 차기 지도자 후보를 내친 것은 시 주석이 더는 후계자 양성의 전통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차 당 대회에서 후춘화 광둥(廣東)성 서기와 함께 천민얼(陳敏爾·57) 충칭시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이 점쳐지지만, 시 주석이 차기 지도자를 명확하게 지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당내의 치열한 내부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통상 7일인 당 대회 개최 기간이 연장될 지 잘 지켜보라고 제언했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정법학원 교수는 "당 대회 개최 기간이 하루나 이틀 연장될 수 있다"며 "당내에는 여러 권력 집단이 있으므로 시 주석이 당 대회 전 이견을 잘 조정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당내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해 여러 집단의 이견을 미리 조정했다면, 당 대회가 예전처럼 일주일 만에 끝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내 이견이 노출되면서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SCMP는 또한 ▲현재 7인인 상무위원 수의 5인 축소 여부 ▲향후 5년간 당 노선과 정책 방향 ▲홍콩, 마카오, 대만 정책의 변화 ▲중앙군사위원회 구조 재편 ▲반부패 사정 운동의 지속 여부 ▲당 주석직의 부활 여부 등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19차 당 대회는 18일 시 주석의 정치보고 후 분야별 정책 토론, 19기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후보자 명단 확정, 지역 대표단 예비투표 등을 거쳐 예상 폐막일인 24일 정식 투표로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한다.
예정대로 24일 폐막한다면 25일에는 새로 뽑힌 중앙위원 200여 명의 1차 전체회의(1중전회)가 열려 신임 정치국 위원 25명과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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