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지난 가을인데" 여름철 안 보이던 모기 뒤늦게 극성
가뭄·폭우로 사라졌던 모기 이달들어 개체 수 급속 증가
날씨 선선해지자 실내 들어와 기승…12월까지 생존하기도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청주에 사는 직장인 박모(49)씨는 지난 1일 귓가를 맴도는 모깃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몸 이곳저곳이 가려워 살펴보니 영락없이 모기에 물린 자국이었다.
박씨는 "한창 더울 때는 보이지 않던 모기가 날이 선선해진 이제야 뒤늦게 극성인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했다.
날씨가 선선해져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열흘이나 지났지만 모기들이 때늦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철 지난 습격을 하는 모기가 한여름보다 오히려 더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2일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올여름보다 초가을로 접어든 요즘 채집된 모기 개체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청주의 한 축사에 유문등을 설치, 매주 모기 개체 수를 조사하고 있다.
한창 더웠던 지난 6월 4주차(6월 25일∼7월 1일) 때 채집된 모기는 하루 평균 1천287마리였다.
하지만 이전 한 달과 이후 한 달의 모기 마릿수는 1천마리를 넘어선 적이 없다. 예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모기가 급감한 이유는 가뭄과 폭우가 차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충북은 지난 6월에는 극심한 가뭄에, 또 7월에는 사상 최악의 폭우에 시달렸다.
모기는 저수지나 연못 등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비가 적게 오면 물이 말라 산란지 자체가 줄어든다.
반대로 비가 많이 오면 모기의 서식지가 쓸려 내려가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8월로 접어들면서 오락가락했던 날씨 변화가 줄어들자 3주차(13∼19일) 때 모기 마릿수가 1천33마리로 늘더니 4주차(21∼26일)는 1천659마리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5주차(28∼9월 2일)에는 날이 선선해지면서 1천205마리로 줄었지만 한여름보다는 여전히 많다.
물론 예년 이맘때 모기 마릿수가 2천여마리에 이르렀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는 비교적 모기에 덜 시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만 놓고 보면 한여름보다는 요즘 들어 모기가 늘었고, 바깥 기온이 점점 내려가면서 모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와 서식하면서 사람들의 체감 정도가 더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모기는 밖에서는 1개월 정도 살지만 따뜻한 집 안에서는 2∼3개월 생존할 수 있다.
특히 실내에 들어온 모기는 때에 따라 12월까지 기승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일교차가 10도 이상 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모기 개체 수가 계속 줄어들겠지만, 주거지 부근 정화조 등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으며 겨울에도 번식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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