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 교수가 정리한 천재시인 이상의 모든 것
신간 '이상문학대사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불란서의 보들레르는 지금부터 백년 전인 1850년에 '악의 꽃'을 발표해서 그 유명한 악마파의 선언을 하지 않았소? 이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떨어졌어요. 왜 우리나라는 불란서만 못합니까. 우리나라도 찬란한 시의 역사를 갖고 있지 않아요? 이번에 내 '오감도'는 '악의 꽃'에 필적할 세기적인 작품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해요."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던 연작시 '오감도'에 독자 항의가 빗발치자 시인 이상(1910∼1937)이 한 말이다.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악의 꽃'이 프랑스 상징주의의 출발점이자 현대시의 새로운 기원으로 꼽히듯 '오감도'는 한국 모더니즘 문학운동의 중심축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권 교수가 최근 펴낸 '이상문학대사전'(문학사상)은 이상의 문학·예술과 삶을 사전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시·소설·산문·수필의 서지사항과 내용을 해설하고 초상화·삽화 등 그가 남긴 미술 작품도 정리해 소개한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그린 연재 삽화는 이상의 예술적 재능과 도시 문명에 대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이상은 소설의 특정 장면이나 등장인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넣는 보통의 삽화와 달리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썼다. 권 교수는 "박태원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과 이상이 보여주고자 한 것 사이의 간격을 통해 이 두 사람의 모더니티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자신의 글에 다른 문인의 이름이나 작품을 언급한 경우가 많다. 정지용과 도스토옙스키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책에는 이상이 언급한 인명과 작품, 출생부터 죽음까지 행적도 정리됐다.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며 직접 만든 사진첩 '추억의 가지가지' 속 이상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이상은 자신이 구사하고 있는 언어와 기법의 변화를 통해 일상적인 규범에 얽매여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성과 사고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며 "이상 문학의 전위성은 보기 드문 파격과 일탈을 드러내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자기 논리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688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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