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건강보험 재분배 효과 크다…소득세 수준"
건보료·급여 지니계수 감소 기여도 상승…건보 혜택 큰 노인 증가 영향
성명재 홍익대 교수, 건보 소득재분배 효과 추정 연구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건강보험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근로·종합소득세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정착되면 소득재분배 효과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2일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국민건강보험의 소득재분배 효과 추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험료 부담과 급여 수혜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자료는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의 원시 자료를 주로 활용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가구를 10개 분위로 나눈 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각 계층의 시장소득(근로·사업·기타소득), 근로·종합소득세, 건강보험료, 건강보험급여(조제약, 외래·입원비) 추이를 산출 ·추정했다.
소득 하위 10%인 1분위 가구는 시장소득이 9년간 8.0% 증가할 때 근로·종합소득세는 42.1% 줄어들고 건강보험료는 37.5%, 건강보험급여는 70.7% 증가했다.
반면 소득 상위 10%인 10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시장소득이 27.0% 늘어날 때 근로·종합소득세는 39.4%, 건강보험료는 108.9%나 늘었다. 반면 건강보험급여는 4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소득 가구보다 고소득 가구가 건강보험료의 증가 폭이 큰 반면 건강보험급여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 것이다.
논문은 이를 바탕으로 근로·종합소득세, 건강보험료, 건강보험급여 등에 따른 2006년, 2010년, 2014년 각 해의 지니계수 하락 폭을 측정했다.
지니계수란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을 의미한다.
측정 결과 각 연도의 지니계수 감소율은 16% 내외에서 비슷한 수준이지만 건강보험료·건강보험급여의 기여도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97이었지만 세금·건강보험료·건강보험급여를 반영한 최종소득 지니계수는 0.3030으로 16.6%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2010년 시장소득과 최종소득 지니계수는 0.3659에서 0.3123으로 15.2%, 2014년에는 0.3695에서 0.3106으로 16.5% 하락했다.
이때 건강보험료의 지니계수 감소에 대한 기여도는 2006년 0.28%포인트(p), 2010년 0.33%p, 2014년 0.82%p로 확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건강보험급여의 기여도도 2006년 2.05%p, 2010년 2.17%p, 2014년 2.59%p 등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건강보험료와 건강보험급여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소득 대비 누진적 구조로 설계돼있는 근로·종합소득세에 근접하는 추세다.
근로·종합소득세의 기여도는 2006년 3.23%p, 2010년 2.98%p, 2016년 3.32%p로 3% 내외에서 맴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자일수록 건강보험 급여 대상 의료비 지출이 많고 저소득층 중 상당수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 노인이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건강보험료와 건강보험급여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계속되는 고령화 추세에 더해 새 정부의 건강보험 제도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건강보험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새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올해부터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성 교수는 "인구 고령화 등 영향으로 고령층의 급여 수혜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빠르게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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