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은반의 발레' 피겨스케이팅

입력 2017-09-03 06:22
[알고보세요] '은반의 발레' 피겨스케이팅

피겨, 싱글-페어-아이스댄스로 세분화

점프 명칭은 대부분 처음 시도한 사람 이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린다. 배경 음악에 맞춰 얼음 위에서 발레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예술성을 강조하는 한편 점프 동작과 스핀 동작까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서다.

피겨스케이팅의 기술을 제대로 알지 못해도 이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피겨=김연아'라는 공식이 통한다. 김연아는 실전에서 시도한 적도 없지만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이라는 용어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널리 사용될 만큼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졌다.

김연아의 힘 때문에 '국민 스포츠'의 위치까지 올랐지만 실제 피겨스케이팅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용어뿐만 아니라 점프 기술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뛰면 점프, 돌면 스핀'이라는 단순한 지식으로 피겨를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 피겨스케이팅(figure skating)이 뭐에요? = 피겨(figure)는 사전적 의미는 도형이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말 자체가 '얼음 위에 도형을 그리는 동작'을 뜻한다. 실제로 피겨스케이팅이 처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피겨는 컴펄서리 스케이팅과 프리스케이팅 두 가지로 구성됐다.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일정한 형태의 도형을 선수들이 스케이트 날로 얼음 위에 그리면 심판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졌는지 살펴서 점수를 매겼다.

초창기에는 12가지 도형(왼발·오른발 각각 6가지씩)을 그려야 했는데 한 번 경기를 치르고 채점하는 데 8시간 이상 걸리는 '중노동'에 가까워 1948년부터 6개 도형(한쪽 발 선택)으로 줄었고, 1973년에는 3개 도형으로 축소되면서 쇼트프로그램이 새로 추가됐다.

하지만 컴펄서리 스케이팅의 점수 비중이 높은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미도 없어 방송 중계에 적합하지 않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1990년 컴펄서리 스케이팅을 폐지했다. 이후 피겨스케이팅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으로 치러지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19세기는 여자들의 사회 활동 참여가 많이 제한되던 보수적인 시절이라 피겨스케이팅 대회에는 남자만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영국 출신의 여성 스케이터 마지 시어스가 참가해 준우승하자 ISU는 남녀 선수가 같이 경쟁하는 것을 금지했고, 1906년 남자 싱글과 여자 싱글을 분리해서 대회를 치르기 시작됐다.

싱글 종목의 연기시간은 쇼트프로그램이 2분50초(±10초)다. 단 프리스케이팅은 여자가 4분이고 남자는 4분30초(이상 ±10초)다.



◇ '너무나 낯선 피겨 용어들…유래는?' = 피겨스케이팅은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종목으로 세분된다. 남녀 싱글을 말 그대로 혼자서 연기를 하는 것이고,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남녀가 짝을 이뤄서 연기를 펼친다.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일견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 전혀 다르다.

페어는 '미러링(Mirroring)'이라고 불린다. 남녀 선수가 얼마나 똑같은 동작으로 연기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남자가 여자 파트너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이 추가돼 곡예를 하는 듯한 짜릿한 연기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반면 아이스댄스는 '볼룸 댄스'를 얼음 위에서 연기한다고 보면 된다. 페어와 달리 파트너를 어깨높이 이상 들어 올릴 수 없고, 연기하는 동안 남녀가 양팔 길이 이상으로 떨어져도 안 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많은 팬이 피겨를 보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채점 기준이다. 점프(6가지)와 스핀(14가지)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기술점수(TES)와 스케이팅 기술, 동작의 연결, 연기, 안무, 해석 등 5가지 세부 요소로 세분된 예술점수(PCS)를 합쳐 총점을 준다.

점프는 스케이트날 앞의 톱니인 '토(toe)'를 얼음에 찍고 도약하는 '토 점프'(토루프·러츠·플립)와 스케이트 날의 양면을 활용해 도약하는 '에지(edge) 점프'(악셀, 루프, 살코)로 크게 구별된다. 점프의 난도는 '토루프(T) < 살코(S) < 루프(Lo) < 플립(F) < 러츠(Lz)' 순이다. 악셀 점프는 반 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br>

한때 여자 싱글에서 아사다 마오가 주로 시도했던 트리플 악셀은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기술로 점수도 높다. 트리플 러츠의 기본점이 6.0점인데 트리플 악셀은 8.5점이나 된다.

점프 명칭은 대부분 처음 시도했던 선수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악셀 점프는 노르웨이 출신의 악셀 파울센(1855-1938)이 1882년 처음 시도한 기술이다.

러츠 점프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알로이스 러츠(1898-1918)가 1913년 처음 도입했다. 점프하는 순간 중심축이 되는 발이 바깥쪽으로 꺾이는 아웃 에지를 사용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플립 점프는 러츠 점프와 비슷해 보이지만 중심축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게 차이다. 점프 직전에 몸을 180도로 돌리는 스리턴 동작이 나온다. 스리턴은 얼음 위에 숫자 3이 새겨진다고 해서 붙여졌다. 플립 점프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토루프 점프를 처음 시도한 부르스 메이프스로 알려졌지만 분명치는 않다.

이밖에 김연아가 유독 실수를 많이 했던 루프 점프는 도약 직전 양쪽 발이 'X자' 모양으로 꼬이는 게 특징이다. 독일 출신의 베르너 리트베르거(1891-1975)가 1910년 처음 성공했다.



◇ "안 넘어지고 예쁘게 타면 점수 많이 얻나요?" = 현재 피겨 채점 방식은 2012-2013 시즌부터 도입된 신채점 방식(뉴 저징 시스템)이다. 예전에는 0~6점까지 점수를 주는 '6.0 채점 시스템'이 사용됐지만 심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너무 크게 개입돼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 페어 종목에서 제이미 세일-데이비드 펠레티어(캐나다)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도 착지에서 실수를 저지른 엘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제(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동유럽 출신 심판들의 '채점 단합' 의혹까지 번지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두 팀에 공동 금메달을 주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신채점 방식이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심판진의 구성은 '테크니컬 패널(Technical Panel)'과 '저징 패널(Judging Panel)로 나뉜다.

테크니컬 패널은 컨트롤러, 스페셜리스트,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돼 선수들이 펼친 기술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결정한다. 점프의 회전수가 부족하면 다운그레이드를 주고 에지 사용이 잘못되면 '롱에지'나 '어텐션' 판정을 내린다. 또 스핀과 스텝 등의 레벨도 결정한다.

심판으로 불리는 '저징 패널'은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테크니컬 패널이 결정한 기술에 수행점수(GOE·Grade of Execution)를 매긴다. GOE는 -3∼+3점까지 준다. 이렇게 각 연기 요소들의 기본 점수와 GOE를 합친 게 기술점수(TES)가 된다. 9명의 심판 가운데 최고점과 최고점을 뺀 나머지 7명의 점수의 평균을 내서 GOE를 결정한다.

피겨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답게 연기를 하느냐도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예술점수(PCS)다. PCS는 심판들의 고유 영역이다.

PCS는 스케이팅 기술, 동작의 연결, 연기, 안무, 해석 등 5가지 세부 요소로 구성된다. PCS는 0~10점까지 0.25점 단위로 채점한다. 김연아는 현역시절 TES도 높았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스케이팅 기술로 PCS도 높게 받았다.

각 기술 요소마다 GOE를 통해 점수가 깎이기도 하지만 엉덩방아를 찧거나 연기시간을 못 맞추면 공식적으로 감점(Deduction)을 당한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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