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32번' 평창 다녀간 IOC저승사자 "올림픽 후 또 올겁니다"

입력 2017-09-04 06:01
수정 2017-09-04 10:02
'6년간 32번' 평창 다녀간 IOC저승사자 "올림픽 후 또 올겁니다"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 연합뉴스·연합뉴스 TV와 단독 인터뷰

"성화봉송·겨울 스포츠 시즌 시작되면 동계올림픽 붐업 될 것"

"문재인 대통령, 열정적인 스포츠팬…아주 훌륭한 홍보대사"

"IOC는 글로벌 조직"…한국 추가 IOC 위원 배출에는 미온적 반응



(평창=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강원도 평창에 얼마나 자주 왔는지 물었더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32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닐라 린드베리(70)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은 아마도 지난 2011년 이래 평창을 가장 자주 방문한 외국인 중 한 명일 것이다.

평창이 세 번째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2011년, 린드베리는 후보 도시를 평가하는 IOC 실사단장 자격으로 평창을 찾았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뒤엔 평창의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총괄 점검하는 IOC 조정위원장으로 선임돼 평창을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IOC를 대표해 유치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내건 공약 이행 시간표를 꼼꼼히 따진 린드베리 위원장은 조직위 인사들에겐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였다.

"아무것도 없고, 더러웠던 곳이 올 때마다 새롭게 바뀌었다"던 그의 말에서 조직위와 더불어 올림픽을 준비해 온 지난 6년간의 소회가 묻어났다.

2012년 3월 시작된 IOC와 평창조직위원회 간의 조정위원회는 지난달 31일 9차 회의를 끝으로 모두 막을 내렸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평창이 세계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하고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국 국민은 자랑할만한 것들을 전 세계로 홍보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조정위원회 마지막 기자회견 전날인 8월 30일 연합뉴스·연합뉴스 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여정이었다"고 지난 9차례 조정위원회를 결산하고 "성화봉송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겨울 스포츠 시즌이 막을 올리면 동계올림픽 관심도 고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로 예방했을 때 열정적인 스포츠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아주 훌륭한 올림픽 홍보대사"라고 문 대통령을 평가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IOC는 글로벌 조직이므로 전 세계에서 새 위원을 뽑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 출신 IOC 위원의 추가 선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에는 IOC의 고위 인사인 크리스토프 두비 IOC 수석국장이 배석해 린드베리 위원장과 여러 궁금증을 풀어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에 그간 몇 번 왔나.

▲ 린드베리 위원장(린드베리) = (잠시 생각하는 척도 없이) 32번 왔다. 올 때마다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대부분의 방문 일정이 빡빡하다. (올림픽 준비에서의) 기술적인 부분을 논의하고 한국의 문화, 음식, 아름다운 자연 등을 점검한다.

평창에서 매우 추운 겨울과 아름다운 여름을 다 겪어 운이 좋았다.

함께 일한 평창조직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우리는 친구들이고, 거의 가족처럼 여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다시 평창을 방문할 것이다.

-- 마지막 조정위원회 마친 소감은.

▲ 린드베리 = 재미있는 여정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곳(평창)에 와서 일을 시작했다. 어제(8월 29일) 올림픽 파크를 다녀왔다. 예전엔 아무것도 없고 더러운 장소였지만 지금은 올 때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뀐다. 경기장 선수촌 등이 새로 들어서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IOC와 평창조직위는 하나의 팀으로 열심히 일해왔다. 그 사이 한국 대통령이 바뀌기도 했으나 개의치 않고 열린 대화로 긴밀하게 일을 추진해왔다.

▲ 크리스토프 두비 국장(이하 두비) = 여러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일을 진행해왔다. 인천공항에서 강릉을 잇는 고속열차 신설과 역사 설립이 가장 첫 과제였다. 어제 진부역에서 시험 운행한 KTX를 타봤다. 올림픽에는 세계 각국에서 기자, 선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등이 참여하기에 이들의 올림픽 경험을 빛내고 올림픽 유산을 남길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

-- 평창동계올림픽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우리나라 국민 관심도가 떨어졌다. IOC가 도울 방안은.

▲ 린드베리 = 11월 1일 성화봉송이 시작돼 한국 내 17곳을 돌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올림픽이 코앞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올림픽 출전 자격이 걸린 겨울 스포츠 시즌이 곧 열린다.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 자격이 걸린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인생에 남을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한다. 올림픽은 해마다 열리는 행사가 아니지 않나.

한국 국민은 또 나라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한국은 스포츠 강대국이다. 5일 온라인·모바일 2차 입장권 판매도 시작되면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이다. 붐업을 위해 언론에서 많이 도와야 하고, IOC도 마찬가지로 돕겠다.

▲ 두비 = 조만간 아주 좋은 홍보 캠페인 시작할 것이다. IOC가 지난 대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홍보 캠페인 설계를 도왔고, 평창조직위가 수주 내로 이를 발표할 것이다.

조직위에는 엄청나게 영향력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 김연아(27)와 같은 홍보대사가 있다. 주관방송사, NOC, IOC의 올림픽 스폰서, 그리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평창올림픽 홍보를 성공적으로 도울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홍보 대사로 나섰는데.

▲ 린드베리 = 지난 7월 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찾아봬 영광이었다. 문 대통령은 아주 열정적인 스포츠 팬이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나라와 국민이 성공하길 바랐다. 스포츠에 관심을 보이는 아주 훌륭한 홍보대사다.

▲ 두비 = 문 대통령께서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조직위, 강원도와의 조화도 좋다. 문 대통령은 홍보대사로서 국민의 평창올림픽 참여와 관심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 북한 참가를 바라보는 IOC의 시각은. 현재 한반도 긴장 국면과 관련한 우려는 없나.

▲ 린드베리 = IOC는 모든 선수를 올림픽에 초청한다. NOC는 평창조직위가 아닌 IOC에 초청 수용 의사를 전달한다.

IOC는 북한 NOC, 북한 선수들과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세계 대회에서 평창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훈련을 지원할 생각이다.

아울러 현재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미국을 포함한 한국 주변국과 함께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 두 차례 올림픽을 유치한 우리나라의 IOC 위원은 이제 1명으로 줄었다. 추가로 IOC 위원을 배출하기 위해 조언한다면.

▲ 린드베리 =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IOC 윤리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굉장히 중요한 자리다. 한국민은 이를 아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IOC 위원을 사임했다. 이 회장 역시 IOC에 많은 중요한 일을 했다. 한국민은 이 2명이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대부분 나라는 자국 출신 IOC 위원이 없다. IOC는 글로벌 조직이므로 회원도 전 세계적으로 뽑고자 현재 노력하는 중이다.

-- 앞으로 대회 개막까지 남은 평창조직위의 과제는.

▲ 린드베리 = 모든 하드웨어는 구축됐다. 수송 계획, 선수단 서비스와 같은 세부 지원 계획이 남았다. 경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입장권도 많이 팔아야 한다.

90개 나라에서 온 선수, 임원,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일은 운영 부문에서 큰 임무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며 부족한 주차장도 확충해야 한다.

동계올림픽이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날씨도 도와줘야 한다. 우리는 추운 날씨가 좋다.

▲ 두비 = 자원봉사자, 보안요원, 조직위 관계자들, 방송 관계자들 모두가 협력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한 치 오차 없는) 스위스 시계와도 같다. TV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되는 단 1초를 위해 여러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협력하고 이를 하나로 모으는 일과 같다.

환상적이면서도 겁나는 일이다. 대회 전까지 아직도 수많은 세부 조율 사항이 남았다.

날씨를 예상할 순 없지만 우리는 대회를 치를 준비를 이미 마쳐야 한다. 동계올림픽의 역설이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