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퀸시 존스와 작업 꿈꿔…행주 '쇼미6'서 우승했으면"
이달 '2017 뮤콘'서 레이디 가가 앨범 프로듀서와 협업곡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저의 오랜 소망은 해외 뮤지션들과의 협업이었어요. 선망했지만 창구가 없었는데 이번에 기라성 같은 프로듀서들과 연결됐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R&B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25)는 오는 26~28일 열릴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에서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페르난도 가리베이와 협업곡을 선보인다.
그는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가리베이의 멜로디가 나온 상태여서 작사와 편곡 부분에서 협업할 것"이라며 "내가 기존에 한 R&B와 달리 굉장히 서정적이고 미니멀한 곡으로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같은 분위기의 노래다. 가리베이가 보내 준 5곡의 데모 중 선택했는데 뉴욕의 겨울, 오후 3시쯤 광장에서 비둘기 떼들이 모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들을 법한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떤 내용의 가사를 쓸지 고민 중인데 내가 원래 '지질'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상황에 놓인 처절하고 '지질'한 남자의 얘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묘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들이 많다면서 "퀸시 존스와 작업하고 싶다. 아직 말도 안 되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의 음악을 들으며 존경했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데뷔한 크러쉬는 감미로운 R&B 보컬에 프로듀싱 능력을 갖춰 음원차트 파괴력이 있는 가수다. 래퍼 지코와 페노메코, R&B 가수 딘 등과 '팬시 차일드'란 크루를 만들어 '대세' 뮤지션들의 조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우린 서로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영향을 주고받는다"며 "내 친구들이고 가족 같지만 동일 선상에서 멋있는 음악을 즐겁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크루다.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실 술 먹고 놀면서 만들어졌다"고 웃었다.
이들과 같은 1990년대 생들이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힙합·R&B는 젊은층의 호응이 뜨거운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힙합이 대중화된 것은 선배들이 이뤄놓은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때론 독점하지 않나란 우려도 되는데 부정적인 시각이라기보다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멋진 음악을 하니 대중이 받아들일 장르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밤 11시 방송될 엠넷 '쇼미더머니 6'의 파이널 무대에 오른 같은 소속사 래퍼 행주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행주형이 '쇼미더머니 6'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은 나뿐이 아니라 일반 시청자 중에도 있을 것"이라며 "힙합을 잘 모르는 분들도 프로그램을 통해 그렇게 느끼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톱 3'까지 오른 행주의 선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자 "행주형은 나와도 각별한 사이"라며 "지금처럼 주목받지 않았을 때도 음악에 대한 기준과 소신이 뚜렷했다. 나와도 인간적인 교류를 많이 했는데, 한 번도 게으른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사람 자체도 인간적이다. 행주형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핫'한 스타답게 크러쉬는 서태지의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마침 이날 낮 12시 그가 작업한 '마지막 축제'가 공개됐다.
그는 "서태지 선배님의 리메이크에 참여해 영광이었다"며 "이 노래는 리듬감 있는 뉴 잭 스윙인데 나도 이 장르를 좋아해서 어떤 식으로 편곡할지 고민하다가 1970~80년대 레트로 솔 스타일로 편곡했다. 얼마 전 제가 결성한 밴드 원더러스트와 함께 옛날 미국의 모타운 사운드를 재현해봤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해 말 tvN 드라마 '도깨비' OST 곡인 '뷰티풀'(Beautiful)로 음원차트 정상을 석권했고, 여러 가수의 피처링에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피처링 참여 곡 중 '이 노래가 내 노래였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많다"며 "그중 한 곡은 래퍼 로꼬의 '감아'이며, 또 다른 곡은 래퍼 식케이의 '파티'다. 식케이도 '마치 형, 노래인 것 같다'고 했다"고 웃었다.
또 '뷰티풀'의 인기에 대해 "그 노래가 차트 1위를 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며 "너무 잘 된 일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씁쓸한 부분도 있었다. 어떤 무대에서든 관객들이 기억해주는 것은 '뷰티풀'이었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데 지금껏 추구한 음악 스타일과 달라 괴리감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부르고 들었을 때 좋으면 그게 다 내 음악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 앨범을 작업 중이라는 그는 감정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 음악적인 영감을 받는다고도 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내려놓고 싶을 때 영감이 떠오른다"며 "작년까진 몰랐는데 감춰야 할 부분도 있고 스스로 조심할 부분도 생기니 자유분방한 내 스타일상 혼자 이겨낼 때 힘들었다. 요즘에는 감정 변화가 시간 단위로 움직여서 그때그때 느껴지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R&B를 추구하도록 영향을 준 뮤지션은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며 "그의 1집 '저스티파이드'(Justified)에서 '스틸 온 마이 브레인'(Still On My Brain)을 정말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데뷔 이래 슬럼프가 있었는지 묻자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꺼내 보이기도 했다.
"전 소심하고, 주위에서 말하길 쉽게 상처받고 쉽게 사랑에 빠지는 편이래요.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아 슬럼프가 온 경우가 많았어요.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좌절하는 부분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어린 시절부터 상처받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슬럼프가 왔어요. 하지만 그런 것이 음악에 녹여지는 것 같아 좋아요. 가장 힘들었을 때 나온 노래가 '어떻게 지내'죠."
그는 지난해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는 독특한 행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대회 참여 이유에 대해 "관심을 받고 싶어 나간 것은 절대 아니다"며 "음식, 사랑, 방송 등 자극적인 게 너무 많아서 한 발짝 물러나 보고 싶었다. 평소에도 친구들이 음악밖에 할 줄 모른다고 '바보', '효춘 공주'라고 한다. 내가 사실 전구도 못 갈아 끼운다. 아마 군대 다녀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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