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박성진 '정체성 문제제기' 선긋기…"업무수행 지장없다"(종합2보)
"뉴라이트 아닌 생활보수"…"중대한 결격사유 없다" 기류
현 단계서 지명철회 가능성 낮아…"지지층 설득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의 거취 논란을 둘러싼 청와대의 전반적 기류는 "결정적 하자는 없다"는 쪽으로 수렴된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지낸 경력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두둔 논란이 불거지며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이 높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당 장관 후보자 직(職)을 내놓을 만큼의 '중대한' 결격사유는 없어 보인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일 기자들을 만나 "박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문제 제기가 있음에도 장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이고 포스텍 2기로 박태준 전 총리를 존경하는 부분을 알고 있었으나 기계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다 벤처기업을 운영해봤고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고 포항지역 벤처기업 육성을 추진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뚜렷한 국가관과 이념적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박 후보자가 과연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으로서 적합하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좀 과한 지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들은 1일 오전 박 후보자와 관련한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동향을 보고받고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언론 보도와 여당 내에서 제기된 일부 의혹을 면밀하게 조사해온 민정수석실의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민정수석실 보고의 요지는 '주로 문제가 된 게 역사인식이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인데 문제 제기가 좀 과하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박 후보자는 이념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생활보수' 스타일로, '뉴라이트'처럼 정치적으로 편향된 성향을 가진 인물은 아니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모진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본인이 깊이 있게 보수·진보를 고민한 게 아니라 내재화된 보수성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 옹호 부분도 '문맹 퇴치에 기여했다' 등을 기술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가 이틀 간 조사를 벌였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기류로 볼 때 청와대가 당장 박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박 후보자가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한 만큼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살펴보고 오는 11일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객관적 검증과정을 치러낸다면 임명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했다.
특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고 박 후보자의 전문성과 역량에 이견이 없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직무와 관련한 연구 윤리가 도마 위에 올랐던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의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진보층의 반발 뿐만 아니라 보수층의 반발도 의식하는 분위기다.
현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보수층이 박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경우 '역사적 관점으로 사람을 골라 쓰느냐'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합을 강조한 대통령의 약속과 배치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공대 출신으로 그 일에 전념해와 건국절 등을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보수적인 분이라도 교육부 장관이 아닌 이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 내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그 자체가 중기부 장관의 역할을 못 하게 한다고 규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임명까지는 우리 지지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 후보자 지명철회 시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은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후보자가 낙마하면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안경환 법무부 장관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후보자, 박기영 전 과기혁신본부장, 이날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새 정부 출범 후 여섯 번째 고위직 낙마가 된다.
이 후보자의 사퇴만으로도 '부실 검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또 낙마사태가 불거질 경우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등 인사라인을 중심으로 한 책임론이 일어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애초 예정된 7일에서 11일로 연기한 것도 야당이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선행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5대 인사원칙 등을 발표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의지를 천명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민정수석실은 인사발표 전에 이뤄졌던 검증과는 별도로 박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재조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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