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서 온 사랑스러운 친구…전시와 책으로 즐기는 '무민'

입력 2017-09-01 06:58
수정 2017-09-01 10:29
핀란드서 온 사랑스러운 친구…전시와 책으로 즐기는 '무민'

예술의전당서 원화전 개막…토베 얀손 예술세계 다룬 책도 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뽀얀 얼굴과 똥그란 눈, 포동포동한 몸체는 하마를 떠올리게 한다. 모험적인 성격과 따뜻한 마음씨까지 갖췄으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1914~2001)이 창조한 캐릭터, 무민(Moomin)이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소설 '무민 가족과 대홍수'에서 탄생했다. 나이 일흔을 훌쩍 넘겼지만, 불로불사인 듯한 그의 존재는 여전히 국가를 막론하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국내에서는 캐릭터 상품 정도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무민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2일 개막하는 '무민원화전'은 얀손이 직접 그린 그림부터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 등 350여 점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된 주요 작품이 이번 전시를 위해 한데 모인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에서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트롤에 뿌리를 둔 무민의 모습과 함께 무민의 역사, 가족 사항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이후 무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의 삽화, 1954~1974년 영국 신문에 연재됐던 무민 코믹 스트립 시리즈 중 얀손이 혼자 작업한 10년간의 스케치 원화, 얀손이 직접 만든 무민 조형물 등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전시에는 얀손의 회화와 서적, 소품, 사진 등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맞이해 마련됐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문의 ☎ 02-837-6611.



얀손은 무민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핀란드 최고 훈장인 프로 핀란디아까지 받았다.

'무민의 작가'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한 얀손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와 삶을 다룬 책 '토베 얀손-창작과 삶과 대한 욕망'도 출판사 작가정신을 통해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핀란드 예술사가 뚤라 까르야라이넨 등이 집필한 이 책은 회화와 삽화, 그림책, 소설, 희곡,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등 다방면에서 열정과 재능을 보였던 얀손의 삶을 들춘다.

"무감각이 자라게 하지 말라. 귀중한 호기심을 잃지 말라. 그리고 미련 없이 죽어라"라는 소설 '페어 플레이'(1989) 속 글귀는 얀손의 예술 철학을 보여준다.

20대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그의 예술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무민을 낳은 '무민 가족과 대홍수'는 재난과 전멸의 위협이 주는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무민의 세계적인 성공이 얀손에게 빛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당대 미술계와 비평가들은 그녀를 무민에만 묶어둔 채, 회화를 비롯한 다른 작품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노년의 얀손이 더는 무민 작업과 회화를 하지 않은 채 소설을 쓰는 데만 몰두했던 것은 그 때문으로 보인다.

책 2부에는 스케치와 삽화, 회화, 벽화 등 얀손의 대표작 70여점이 실렸다.

핀란드 국립 미술관·아테네움 미술관 엮음. 김영란 옮김. 144쪽. 3만5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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