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만루포 고종욱 "어떤 말로 표현할지 모르겠다"
'1-3'→'5-3'으로 뒤집는 9회 결승 그랜드슬램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선수들 사이에서 만루홈런은 하늘이 도와줘야 칠 수 있다고 대접받는 존재다.
일단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막상 타석에 들어가면 주자들이 눈에 아른거려 제 스윙을 하는 것도 힘들다.
프로입단 7년 차인 고종욱(28)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드디어 '만루 홈런 쳐본 선수'가 됐다.
넥센은 1-3으로 끌려가던 9회 초 1사 후 마이클 초이스와 김하성의 연속 안타와 장영석의 몸에 맞는 공을 묶어 만루 찬스를 잡았다.
안타 하나면 동점까지 노려봄 직한 상황에서 고종욱이 타석에 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고종욱의 통산 홈런은 25개. 팀 후배 김하성은 올해만 만루홈런 3개를 때려 '만루의 사나이'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지만, 고종욱은 선수들이 감전된 것 같다고 말하는 만루포의 짜릿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고종욱은 경기 후 타석에 들어갔을 때를 떠올리며 "주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스윙했다"고 말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이동현의 시속 142㎞ 직구가 한복판에 들어왔다. 고종욱이 가장 좋아하는 공이기도 하다.
이를 놓치지 않고 고종욱은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기분 좋은 타격음을 남기고 잠실구장 오른쪽 담을 훌쩍 넘어갔다.
고종욱은 그 순간을 "첫 만루 홈런이라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떨떨했다"고 표현했다.
5위 싸움에 한창인 넥센은 고종욱의 홈런 한 방으로 순위 경쟁팀 LG에 5-3으로 역전승했다. 이제 LG와 격차는 3게임으로 벌어졌다.
고종욱은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만루 홈런이라 뿌듯하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쁘다. 이기고 싶은 마음에 타석에 서길 기대했다. 사실 상대 선발(헨리 소사) 공이 너무 좋아서 타격감이 떨어졌다. 바뀐 투수를 상대로 앞 타자가 잘 출루해줘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5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고종욱은 "중요한 경기가 많이 남았다. 계속 좋은 감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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