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명호가 열어 보인 하얀 방·까만 방

입력 2017-08-31 17:48
수정 2017-08-31 19:41
사진작가 이명호가 열어 보인 하얀 방·까만 방

사비나미술관서 개인전…카트란주 상대 소송 "선례 남기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들판에 나무 뒤에 거대한 흰색 캔버스를 설치해 사진을 찍는 '나무 연작' 작업으로 유명한 이명호(42) 작가의 개인전이 31일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작가는 그동안 까만 방과 하얀 방에 비유했던 사진 작품과 그 제작 과정, 카메라의 이론적 원리 등을 사진과 설치 작품으로 구현했다.

하얀 방으로 명명된 2층 전시장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들춰내는 '재현'의 개념을 파고든다. 까만 방으로 불리는 지하 전시장은 사실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진실이 담긴 비현실을 들춰내는 '재연'의 작업을 선보인다.

각 층에는 카메라 뷰파인더와 유사한 작은 구멍을 통해 이미지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순간을 감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진 작업 자체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시 내용 못지않게 2년 전 영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마리 카트란주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작가는 소송을 제기한 배경으로 "한국 미술계에 (저작권 관련) 선례를 남기고 싶었고 상대가 유명 디자이너인 만큼 이런 기회에 문제를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카트란주 측으로부터) 전면 부정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받았다"면서 "우리가 오버랩시킨 정확한 이미지를 보냈더니 (카트란주 측이) 결국 나중에는 공식 사과 편지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카트란주가 자신의 제품이 이 작가의 작품 '나무…#3' 이미지를 표절했다고 인정한 것이 맞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고 긍정했다.

올해 초 양측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한 작가는 당초 손해배상액으로 요구했던 200만 달러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비밀에 부치기로 했기에 발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작다"고 답했다.

'카메라 없는 작가'로 불렸던 작가는 라이카로부터 최고급 DSLR 카메라를 지원받아 작업에 사용 중이라는 사실을 이날 공개하기도 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문의 ☎ 02-736-4371.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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