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터넷 생방송'…도둑·음란·폭력 방송 논란

입력 2017-09-01 07:00
'누구나 인터넷 생방송'…도둑·음란·폭력 방송 논란

페북·유튜브 등 통해 잇단 불법사례…"시청자 신고 활성화가 대안"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1 지난달 27일 유튜브의 한 계정에 한국 시청자들이 몰렸다. 거물 복서 메이웨더와 격투기 스타 맥그리거가 권투로 맞붙는 '세기의 대결'을 보려는 이들이었다. TV 중계 화면을 퍼온 이 계정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도둑 방송'을 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2 올해 1월 미국이 한 10대 소녀의 페이스북 생중계(라이브)에 발칵 뒤집혔다. 스카프 올가미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과정을 약 2시간 동안 보여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파티 현장 중계나 여행 안부 전하기 정도에 쓰는 것으로 알던 네티즌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동영상 플랫폼(기반 서비스)이 온라인 생중계 기능을 확대하면서 각종 불법·유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실상 누구나 인터넷 생방송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저작권 침해, 음란물 노출, 자살·폭행 중계 등을 일삼는 이들이 잇따르는 것이다.

페이스북·유튜브·아프리카TV 등 국내외 플랫폼이 최근 수년 사이 생방송 기능 강화에 공을 쏟으며 '라이브는 아무나 못 한다'는 말은 옛날얘기가 됐다.

예컨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과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세계를 상대로 생방송을 할 수 있다.

유튜브는 모바일 생중계를 하려면 '1인 방송인의 구독자(꾸준히 동영상을 보는 사람)가 100명을 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인터넷 방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큰 부담이 안 되는 조건이다.

아프리카TV도 BJ(1인 방송인)로 가입하면 바로 생방송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대중화하며 생방송이 물의를 빚는 사례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예컨대 올해 6월 한 네티즌은 넷플릭스로 독점 방영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방영 화면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재중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아닌 이들도 '볼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었지만, 저작권을 무시한 '해적 방송'에 불과하다는 질타도 적잖았다.

앞서 올 5월 아프리카TV에서는 부산 해수욕장 생방송 중 해변에 밀려온 시신이 갑자기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BJ의 고의로 벌어진 일은 아니었지만 '너무 잔혹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은 모두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물의를 빚는 생방송을 차단하고 있지만, 이런 자체 단속만으로 문제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구나 즉각 방송할 수 있다는 라이브의 특성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100% 점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기관이나 정부가 라이브를 항시 감시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이런 조처가 '사전 검열'로 변질해 온라인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라이브 방송이 문제라고 규제를 무작정 강화하면 결국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그나마 합리적 대안으로 꼽는 조처는 '시청자 신고 강화'와 '문제 방송의 사후 퇴출'이다.

라이브 방송창에 '신고' 버튼을 잘 보이게 달고 사용자 신고가 많으면 신속히 플랫폼이 송출을 차단해 불법 라이브의 확산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시청자가 최상의 모니터 요원'이라는 논리다.

사후 퇴출은 라이브가 차단되는 일이 잦은 방송인은 벌점 누적과 경고 등의 절차를 통해 생방송 권한을 박탈하자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 자체를 줄이면 자정력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뉴미디어 연구자인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특정 세력이 마음에 안 드는 라이브 방송을 신고로 차단하는 등의 어뷰징(남용)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플랫폼이 독립적인 수용자 위원회를 꾸려 신고·퇴출 결정권을 맡기고 그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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