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왜 떨어질까
주담대 막히자 대출할 곳 없어 예금도 안 받겠다 전략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대출할 곳이 줄어든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예금 수요를 줄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KEB하나은행의 원화 대출 평균 이자율은 2.64%였지만 지난 2분기에는 평균 2.74%로 0.1%포인트 올라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화 예수금 평균 이자율은 1.31%에서 1.29%로 하락했다.
국민은행(3.04%→3.04%)과 신한은행(2.97%→3.03%), 우리은행(2.96%→2.99%)도 같은 기간 원화 대출 평균 이자율이 올라가거나 같았다.
그러나 원화 예수금 평균 이자율은 신한(1.28%→1.22%)과 우리(1.30%→1.24%), 국민(1.25%→1.12%) 모두 하락했다.
기본적으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는 시장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은행이 정한 가산 금리를 더해 산정하고, 예금금리는 시장금리에서 예치비용과 예금보험료, 업무원가, 해당 상품의 적정 마진을 빼는 방식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낮추면서 시장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자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모두 하락세였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장금리가 올랐고, 정부도 가계부채를 옥죄기에 나서면서 은행들도 대출을 줄이기 위해 가산 금리를 올려 대출금리가 올랐다.
문제는 예금금리다. 이렇게 시장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올라야 하는 데 예금금리는 반대로 하락했다.
시장금리는 올랐지만, 은행들이 상품에 붙이는 마진을 더 많이 올려 예금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기에도 다 같이 예금금리를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와 연결된다.
은행들은 그동안 들어오는 돈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집단대출 등으로 흘려보내 돈을 벌어왔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대출에 규제를 가하면서 대출해줄 곳이 줄어들자 흘러갈 곳 없는 예금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예금금리를 낮춘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계속 오르는 추세지만 지금처럼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 은행들이 수신을 늘릴 이유가 없다"며 "예금금리는 당분간은 지금처럼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럴 때 은행들이 기술 대출이나 직접 투자 확대 등의 혁신으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보다는 수신 조절을 통해 현재 구조를 유지하려는 점이다.
안전한 주택담보대출로만 이익을 내려다보니 소비자들에게는 이자수익 감소라는 피해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지금처럼 이자장사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자금 수요처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은행이 서민들의 자산 불리기를 돕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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