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파도인가 과적 영향인가…홍게잡이 배 순식간 전복 원인은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붉은 대게잡이에 나섰다가 파도에 뒤집힌 803광제호는 배 무게보다 더 많은 짐을 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31일 "어선에는 싣는 짐 무게 제한이 없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광제호 사고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0일 포항 앞바다에서 뒤집혀 인명피해가 난 803광제호는 배 총 무게가 27t이다.
이 배는 붉은 대게를 잡기 위해 통발 697개(6.8t), 로프 252㎞(8.8t), 얼음 7.8t, 기름 4.4t, 물 1t 등 28.8t을 실었다.
여기에 더해 선장 등 9명이 탔다.
어선은 어구, 기름 등 짐을 얼마나 실어야 하는지에 규정이 없다.
해경 관계자는 "현재 규정으로는 선장이 보고 얼마나 실을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배가 출항하기 전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구룡포항에서 만난 한 선장은 "803광제호가 너무 많이 실어서 기우뚱하게 출발했고 좀 위험해 보였다는 얘기를 광제호를 잘 아는 사람에게 들었다"며 "저 정도 규모 배는 보통 날씨엔 통발 700개 정도 싣고 나가기도 하는 데 날씨가 좋을 때면 관계가 없으나 나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원은 "항구에서 조업 지역까지 오가는 데 시간이 걸리니 선장이 욕심을 부려서 한꺼번에 통발을 많이 싣고 가서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많이 실으면 위험하나 규정이 없으니 그렇게 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고 했다.
사고가 난 지점이 평소 소용돌이(와류)가 쳐서 어선이 피해 가는 지점이란 얘기도 나온다.
붉은 대게잡이 배 선장인 신현우(57)씨는 "광제호가 뒤집힌 곳에는 사고가 자주 나 어선은 보통 피해간다"고 말했다.
한 선주도 "사고가 난 지점이 와류가 생기는 곳으로 이 동네 배 타는 사람 사이에 많이 알려진 얘기다"고 밝혔다.
광제호 사고 당시에 파도도 높게 일었다.
기상청은 지난 29일 오후 10시부터 사고 지역이 속한 동해남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를 발령했다.
당시 해역에는 초속 10m∼12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고 2.5m∼3m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포항시는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15t 이상 선박이면 구애를 받지 않고 출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경은 짐을 많이 실은 상태에서 강한 파도를 만나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은 "과적으로 복원력을 잃어 배가 뒤집혔는지 등 사고경위를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광제호는 30일 붉은 대게를 잡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가다가 뒤집혔다. 이 때문에 타고 있던 9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했으며 3명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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