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그림자 금융' 2천400조원…부실대출, 공식통계 3배 이상"
UBS 보고서 지적…중국 동북부 '러스트 벨트' 은행 부실 심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은행부실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 글로벌 투자은행에 의해 제기됐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UBS 그룹은 중국 내 237개 은행의 대출 규모와 현황, 부실대출 규모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분석 대상에는 증시에 상장된 대형 은행은 물론 지방의 비상장 소형 은행까지 포함됐다.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지난해 15%나 급증해 작년 말 기준 14조 위안(약 2천4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의 금융 부실이 매우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은 은행 대출과 달리, 투자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금융상품을 일컫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보고서는 많은 중국은행이 재무제표에 '대출'로 기재해야 할 것을 '투자 미수금'으로 기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출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대상이 되지 않으며, 부실대출 규모를 보고할 필요도 없다.
보고서는 이러한 그림자 금융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부실대출 비율은 공식적인 통계보다 3배 더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 동북부 지역 '러스트 벨트'의 은행부실이 심각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러스트 벨트(Rust Belt)는 당초 제조업의 사양화로 불황을 맞은 미국 북부와 중서부지역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철강, 조선, 석탄 산업 등의 퇴조로 침체를 겪는 중국 동북부 지역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철강 도시인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의 탕산은행은 지난해 그림자 대출이 86%나 급증해 재무제표상 대출의 308%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 은행이 보고한 부실대출은 0.05%에 불과해 중국 내 은행 중 가장 낮다.
중국 내 은행은 단일 기업에 대한 대출이 전체 대출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받는다. 소속 계열사를 모두 포함한 단일 그룹에 대한 대출은 15%를 넘지 못한다. 그림자 대출은 이 규정을 회피하는 데도 사용된다.
중국 내몽고 지역의 바오샹(包商)은행은 그림자 대출을 활용해 순 자산의 126%에 달하는 돈을 단일 기업에 빌려주기도 했다.
보고서는 러스트 벨트 지역 은행들이 소재지 기업에만 대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고자, 그림자 금융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번성하는 지역의 은행 대출에 투자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제이슨 베드퍼드 연구원은 "그림자 금융을 활용한 이러한 대출이 부실화하면 그 타격은 다른 은행들로 순식간에 번져가게 된다"며 "중국 당국은 금융규제 강화, 국유기업 개혁, 부채 감축 등의 조처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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