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지방산단] ② 과욕의 부메랑…"면밀한 수요분석 절실"

입력 2017-09-02 09:15
수정 2017-09-02 09:18
[마구잡이 지방산단] ② 과욕의 부메랑…"면밀한 수요분석 절실"

"개발자 입장의 수요 및 입지 분석 중요, 민간주도 개발 유도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청 기자 = 지방자치단체의 산업단지 조성은 대체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자치단체의 세수 확충 차원에서 이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일반 산단은 2011년 470개에서 작년 9월 615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분양 면적도 848만㎡에서 2천139만㎡로 15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산단 미분양 사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민간참여 활성화와 규제 개선 등의 명목으로 진행된 '산단 지정 요건 완화정책'에서 비롯됐다.

2008년에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국가가 지정하는 국가 산단과 달리 일반 산단은 시·도 등 광역지자체가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지정한다.

산단개발은 통상 해당 시군이 직접 하거나 민간기업 주도로 이뤄진다.

규제 완화 이후 각 자치단체가 앞다퉈 산단 개발에 나선 탓에 개발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잡초만 무성한 미분양 산단이 수두룩하다.

자치단체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나 선심성 행정 등이 야기한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단체장들의 의욕만 앞선 무리한 개발은 결국 국민의 세금,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표용철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책과장은 "철저히 수요를 기반으로 한 입지분석을 통해 개발해야 하는 산단 조성 과정에 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개발계획 초기부터 개발자인 기업 등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평가해 승인 여부를 가려야 미분양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표 과장은 특히 "산단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업유치과정에서 중앙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투자유치 보조금 등 인센티브 안을 마련하고 이를 상대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 또한 분양을 조기에 마무리할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성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입지연구소 팀장은 "각 시군이 새로운 산단을 개발하기보다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발맞춰 기존 노후 산단 등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 현실 등을 감안해서 개발 주체도 가급적이면 공단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민간주도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도 미분양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남도 측은 "준공 시기 전에 사용승인을 내줘 부분 준공 상태에서라도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업종을 다변화하는 방법으로 기업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천해룡산단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불황이 깊다 보니 대규모 공장 유치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도 "분양 활성화를 위해 분양단가를 낮추고 필지도 1천여 평 이하로 쪼개 소규모 필지로 분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면밀한 분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지자체의 치적용으로 조성하는 산단의 미분양이 해당 자치단체의 경영압박으로 작용할 소지가 큰 만큼 산단 개발은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산단 개발을 경계했다.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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