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어선 위에서 8시간 안간힘…지나던 유조선 신고에 3명 살아(종합)

입력 2017-08-30 22:18
전복 어선 위에서 8시간 안간힘…지나던 유조선 신고에 3명 살아(종합)

"6명은 침실에서 탈출 못 한 것으로 추정"…실종자 수색 후 사고경위 조사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손대성 최수호 기자 =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선원 9명이 탄 어선이 전복한 사고는 30일 새벽 순식간에 발생했다.

포항시와 포항해양경찰서는 이 때문에 선원 다수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한 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포항시와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 구룡포 선적 붉은 대게잡이 통발어선 803광제호(27t급)는 이날 오전 3시께 구룡포항을 나섰다.

붉은 대게 금어기는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대게 금어기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803광제호는 통상 홍게라고 하는 붉은 대게 금어기가 해제함에 따라 풍어를 꿈꾸며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이 배는 출항 1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4시 30분께 포항 호미곶 동쪽 약 41㎞ 지점에서 높은 파도를 만났다.

이곳은 포항 선원 사이에서 소용돌이(와류)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29일 오후 10시부터 사고 지역이 속한 동해남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였다.

포항시는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15t 이상 선박이면 구애를 받지 않고 출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배는 27t이다.

갑자기 파도에 뒤집히면서 배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선장 김모(57)씨를 비롯해 기관장, 갑판장은 깨어 있고 나머지 선원 6명은 배 아래쪽에 있는 침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선원들은 조업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침실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사고가 나자 선장 등 3명은 자력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나머지 선원 6명은 침실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앞으로 사고 당시 왜 6명이 나오지 못했는지, 구조활동을 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803광제호는 사고가 난 뒤 구조요청을 하지 못해 8시간 가까이 전복한 상태에서 표류했다.

해경은 순식간에 사고가 발생해 개인 휴대전화나 통신장비를 쓰지 못해 구조요청을 하지 못했거나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비상위치지시용 무선표지설비(EPIRB)가 작동하지 않은 점에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EPIRB는 길이가 24m 넘는 어선이 설치 대상이다.

803광제호는 길이가 20m여서 EPIRB 설치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해경은 선박 침몰 등이 발생할 경우 사고 내용과 위치를 해경 관제시스템에 자동으로 알릴 수 있도록 배에 설치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어선위치발신장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조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배에서 밖으로 나온 3명은 뒤집힌 배 위에 올라가 살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통신망으로 구조요청을 하지 못한 데다가 사고 지점 주변으로 지나가는 배가 없어 금방 구조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난 지 8시간이 다 된 낮 12시 14분에야 사고 해역을 지나던 외국 선적 유조선 아틀란틱 하모니호가 이들을 보고 처음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은 비상 출동에 나서서 현장에서 생존자 3명을 구조했다.

사고 발생에서부터 8시간이 더 지난 낮 12시 54분이었다.

이어 1시간여 동안 배 안에서 선원 4명을 추가로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숨졌다.

해경은 남은 실종 선원 2명을 찾고 있다.

수색 초기엔 구조요원이 망치로 배를 두드렸을 때 반응하는 소리가 났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해경은 이 소리가 배 안에 있는 어구 등 집기류가 부딪혀 난 소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에 온 힘을 쏟는 한편, 구조한 선원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shlim@yna.co.kr, sds123@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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