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원세훈 '선거법 유죄', 나머진 검찰 재수사로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30일 이른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겐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지 2년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국정원이 2012년 18대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인정해, 정보기관의 정치와 선거 개입에 경종을 울렸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이런 활동은 여론 왜곡 위험성을 높이고, 국가 기관의 정치 중립과 선거 불개입을 신뢰한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는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볼 것인지였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았고, 2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심 결론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의 핵심 증거로 판단한,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 지침 '이슈와 논지' 등이 담긴 대규모 파일의 증거능력을 대법원 취지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윗 계정에 관해서는 1심(175개) 보다 많은 391개를 증거로 인정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이 자체 조사해 검찰에 넘긴 각종 문건도 증거로 인정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이번 유죄판결이 나오는 데는, 국정원의 2009년 6월 19일 자 부서장 회의 녹취록, 청와대에 보고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 등 최근 검찰이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자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3년 6월 처음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3년 4월 경찰 수사 때는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국민의당 의원)이 경찰지휘부의 수사 개입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검찰수사 단계에서는 당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 직무에서 배제된 뒤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재판에 관심이 쏠린 것은 박근혜 정권 출범의 정당성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로 18대 대선에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자료 외에 국정원 과거사 TF가 추가로 밝혀 검찰에 넘긴 의혹들이 적지 않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운영한 30개 '사이버 외곽팀' 의혹을 중심으로 재수사를 하고 있다. 당시 국정원이 광범위한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지시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당시 청와대의 어느 선까지 관련됐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정보기관의 정치·선거 개입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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