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구두 만드는 러비모 김수지 대표…"전통의 현대화 추구"

입력 2017-08-31 06:11
한복구두 만드는 러비모 김수지 대표…"전통의 현대화 추구"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오랜 기간 외국에서 외교관 아내로 한복을 입을 기회가 많았는데 예쁘고 오래 신어도 발이 편한 한복 구두가 없어 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30일 경복궁 인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한복 구두 공방.

김수지 '러비모' 대표는 자신의 공방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외교관 부인으로 살다가 구두 디자인·제작에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왜 우리 한복의 멋과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구두가 없을까', '전통 한복 신발은 신었을 때 왜 불편할까'라는 고민 끝에 직접 한복 구두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한복을 사면 끼워주는 그렇고 그런 한복 신발이 아니라 편하고 예쁜 한복 구두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나와 다른 외교부 부인들이 한복을 입을 때 신는 신발을 만들 목적이었다"고 소개했다.

패션을 공부한 적이 없던 김 대표는 지난해 남편과 한국으로 돌아온 후 구두 디자인과 제작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50대의 나이에 10∼20대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 학원에 다니고 온종일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서 공부한 끝에 올해 3월 러비모 한복 구두를 내놓았다.

러비모는 'Lovely'(사랑스러운), 'Vintage'(고풍스러우며), 'Modern'(현대적인)을 결합해 만든 브랜드로 사랑스럽고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을 갖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대표의 공방에는 여성 한복용 꽃신과 꽃신의 살짝 올라간 코 모양을 살린 한복 구두가 10여 켤레 나란히 놓여 있었다.



김 대표는 한복 신발의 불편한 착화감을 개선하기 위해 구두 만드는 발 모양 기본 틀부터 새로 만들었다. 여러 차례 신을 신어보고 수정을 거쳐 틀을 개발했다.

러비모는 김 대표 1인 회사다. 인터넷 등을 통해 구두 주문을 받으면 김 대표가 서울 성수동에 있는 구두장인 2명에게 제작을 의뢰해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가격은 한 켤레에 20만원 안팎이다.

러비모 구두는 한복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창이나 국악을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공방으로 직접 찾아오시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 "아직 투자한 디자인 학원비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웃어넘겼다.

김 대표는 현재 2∼3가지에 그치는 구두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홍보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복이나 생활한복, 원피스 등 양장에도 잘 어울리는 한복 구두를 찾는 사람은 있다"면서 "한복 집 등을 찾아다니며 마케팅 활동을 본격화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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