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V 로켓 기밀 빼낸 루소 여사 타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공식 첩보요원이 아닌 '아마추어 스파이'였으나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의 V 로켓 개발을 지연시킨 핵심 정보를 연합군 측에 빼돌렸던 자니 루소 여사가 8월 23일 98세로 타계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인디펜던트 등 주요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루소 여사는 나치 점령하 프랑스에서 독일군 통역으로 일하던 중 V 로켓 개발 계획을 탐지해 연합군 측에 넘겼으며 연합군은 이를 토대로 '2차 대전사상 가장 야심적인 폭격 가운데 하나'를 감행해 로켓 개발을 크게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941년 유창한 독일어 구사 능력으로 브르타뉴 주둔 독일군 통역 일자리를 얻은 루소는 어느 날 밤 파리에서 비시(나치 점령하 프랑스 비시정권의 수도)로 향하는 야간열차에서 대학 시절 친구였던 조르주 라마르크를 우연히 만나 그의 권유로 레지스탕스에 가담한다.
라마르크는 레지스탕스 내 정보망(Druids)을 조직 중이었으며 이를 통해 독일군에서 입수한 주요 정보들이 연합군 측으로 넘어갔다.
이후 파리에서 프랑스 기업단체인 상공회의소와 독일군과의 연락 업무를 맡게 된 루소는 독일군 측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당시로써는 획기적 신무기인 V1, V2 장거리 로켓과 관련된 비밀무기 프로그램을 인지했으며 이는 라마르크를 통해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에게 보고됐다.
처칠 총리는 루소의 보고 및 다른 정보 등을 토대로 로켓이 제작되고 있던 발트 해 연한 페네뮌데 지역에 '가능한 최대 규모의 폭격'을 감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약 600대의 폭격기가 독일 영내 깊숙이 침투해 폭격을 감행했으며 로켓 개발에 혼란을 초래해 상당 기간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다.
루소가 영국 측의 신임을 얻으면서 영국 측은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직전 그녀를 영국으로 불러 임무를 부여할 계획이었으나 독일 측에 체포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루소는 수용소로 보내져 고문을 당했으나 살아남았으며 역시 수용소 생존자인 남편을 만났다.
루소는 나중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꺼렸으나 1993년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서훈을 받았으며 1998년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의 레지스탕스 활동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뒤늦게 그녀의 활동이 조국 프랑스 내에 알려지면서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 오피시에를 받았다.
WP는 루소 여사가 스파이로서 재능과 함께 '적을 상대하는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불굴의 용기를 보여준' 여성이었다고 평가했으며,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그녀의 정보로 나치 독일의 V 로켓 개발에 차질을 초래해 서방의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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