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외곽팀장 추가처벌 나서…이명박 前대통령도 겨냥

입력 2017-08-30 16:26
檢, 원세훈·외곽팀장 추가처벌 나서…이명박 前대통령도 겨냥

대규모 국고손실 책임 물어 횡령 등 혐의 적용해 추가 기소 관측

靑 보고된 'SNS선거 영향력 문건'은 MB 청와대 수사 '연결 고리'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보배 기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재수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운영한 30개 '사이버 외곽팀' 의혹을 중심으로 재수사를 진행하고 나서 원 전 원장에게 새로운 범죄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 결과를 사필귀정으로 받아들인다"며 "추가 혐의를 찾는 수사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재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국정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TF)가 넘긴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이버 외곽팀의 운영 전모 규명에 나선 상태다.

검찰은 서울고법의 이날 판결로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원들의 불법 정치개입 활동을 구체적으로 규명해도 한 번 처벌한 사안으로는 동일인을 다시 처벌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재수사 내용이 큰 틀에서 기존 수사 결과와 같은 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대신 검찰은 원 전 원장 주도로 국정원이 최소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정권 옹호 차원의 불법 정치 활동에 들인 것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 TF는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30개의 사이버 여론조작용 외곽팀을 운영했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2년 한 해만 외곽팀에 들어간 자금이 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은 국정원 내부 조사 결과와 광범위한 관련자 계좌추적 결과 등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외곽팀에 투입한 금액의 규모를 구체화해 원 전 원장에게 횡령·배임 또는 직권남용 등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2013년 검찰 수사 때 수사 대상이 되지 않은 사이버 외곽팀장들도 형사처벌 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록 민간인인 외곽팀장들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원 전 원장 등 당시 국정원 핵심 관계자들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면 이들 역시 추가로 기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록 항소심 단계이나 원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등 조직적 일탈 행위가 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향후 검찰의 수사 칼날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정원 내부 조사를 통해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의 광범위한 사이버 여론조작 움직임을 보고받고 인지한 정황이 이미 구체적으로 드러난 점이 주목된다.

국정원TF는 3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옛 국정원이 2011년 10월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문건이 국정원이 광범위한 SNS 활동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불법 정치활동에 개입하는 중요 계기가 됐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원 전 원장을 정점으로 한 '댓글 사건'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로 확대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법원 역시 이날 판결에서 이 문건이 '선거운동의 징표'라고 지적하면서 선거 개입의 단초가 된 중요 문건으로 평가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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