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 운동 한평생 '피폭 피해자' 日 다니구치씨 사망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1945년 미군이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 피폭돼 고통을 겪은 뒤 핵폐기운동에 일생을 바친 다니구치 스미테루(谷口稜曄·88)씨가 30일 암으로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별세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질 당시 16세였다. 우체부로 일하던 그는 그날도 폭심지에서 1.8㎞ 떨어진 곳에서 배달 업무를 하다가 피폭됐다.
그는 등과 왼쪽 팔에 심한 화상을 입어 나가사키현 이사하야(諫早)시와 오무라(大村)시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상처가 워낙 심해 그는 1년 9개월에 걸쳐 엎드린 채로 지내야 했다. 퇴원은 피폭 3년7개월만에나 가능했다.
입원 치료 당시 붉은 화상으로 얼룩진 등의 모습이 담긴, 엎드려 있는 그의 사진이 외부에 알려지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는 피폭의 참상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진으로서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도 전시됐다.
그는 1955년 만들어진 나가사키원폭청년회 등에 참가해 피폭자 운동에 힘을 쏟았다. 2006년에 나가사키원폭피해자협의회 회장을 맡았고, 2010년에는 일본피폭단체협의회 대표로도 일했다.
미국 등 10여개국을 다니며 입원 중 촬영됐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피폭의 참상을 알려왔다.
피폭 70년이던 2015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 피폭자 대표로 참가해 "핵무기는 인간과 공존할 수 없다"고 호소한 바 있다.
같은 해 8월 나가사키 평화기념식전에서는 피폭자 대표로 '평화에 대한 맹세'를 읽기도 했다.
지난 7월 유엔총회에서 NPT를 대체할 '유엔 핵무기금지협약'이 채택된데 대해서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각국이 핵무기를 없애려 노력하지 않으면 조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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