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토지매각 급증…中 부동산 정책 딜레마
베이징 주택가 토지단가 도쿄 도심 수준, 건당 1조원 이상 매각건만 10건 이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 지방정부의 토지매각이 크게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중국 주요 300개 도시가 올해 1~7월 토지매각을 통해 거둔 수입은 1조8천469억 위안(약 3천14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지난해의 전년 대비 증가율 32%를 11% 포인트나 웃도는 수치다.
가을에 열릴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주석 정부로서는 경제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부동산 거품방지에 신경을 쓰지만 차기 최고지도부를 뽑는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아무래도 단속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 정부들이 이 틈을 타 중요한 세입원의 하나인 토지매각을 통해 인프라 투자 등 경기대책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서두른 결과다.
베이징(北京)시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약간 떨어진 펑타이취(豊台?)는 고속철도 역에서 몇㎞ 떨어진 지역이다. 주택과 사무실 등의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이 지역 주택지구의 3.3㎡(1평)당 단가는 일본 엔으로 환산하면 430만 엔(약 4천300만 원)에 달해 도쿄(東京) 도심과 같은 수준이다.
지방정부가 52억5천만 위안에 내놓았는데 실제 낙찰은 78억7천만 위안에 이뤄졌다. 부동산 회사 10곳이 참가해 68차례에 걸친 경매 끝에 마무리됐다.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부동산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부동산 회사 관계자)고 한다.
토지가 국가소유인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토지를 공급한다. 조사회사인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300개 도시가 올해 1~7월 매각한 토지의 면적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지만, 개발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단가가 크게 높아졌다.
매각액은 베이징이 가장 많아 7개월간 1천300억 위안이 넘었고 난징(南京)시는 1천억 위안, 우한(武漢)시도 800억 위안에 달했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배 전후로 급증한 액수다. 건당 매각액이 일본 엔으로 환산해 1천억 엔(약 1조 원)이 넘은 안건만도 전국적으로 10건 이상이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이 토지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2가지다.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공급을 늘려 수급을 안정시킨다는 게 한가지 이유이고 또 하나의 큰 이유는 경기대책에 필요한 재원확보다.
중국은 지도부 교체 인사가 이뤄지는 당 대회를 앞두고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4~6월 실질국내총생산(GDP)는 전년 동기대비 6.9% 증가했다. 전 분기(1~3월) 성장률 1.3%보다 크게 높아졌다. 20% 이상의 속도로 늘고 있는 인프라 투자가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재원의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지방정부로서는 토지매각이 조세수입, 중앙 정부 교부금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입원이다.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토지매각 수입이 전체 세입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 특유의 토지제도가 지방정부의 토지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토지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농지를 수용한 다음 신도시 개발을 내세워 국유지 "사용권"을 개발업자에게 넘겨 거액의 수입을 얻는 구조다. 용지 공급자인 지방정부는 부동산 가격상승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앙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우려해 판매 규제와 금융긴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이에 소극적이다. 중앙 정부가 오랫동안 도입을 검토해온 재산세 도입도 지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지방정부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의 세입확보와 부동산 거품방지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 사이에서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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