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윷판 바위 발견…마한시대 유적"vs"위험한 발상"(종합)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청주 상당구 대성동 소재 당산에서 윷판이 새겨진 '윷판 바위'가 발견됐다.
충북도청 인근의 당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10여m 아래에 남북으로 길쭉하게 놓여 있는 이 바위에는 가로 33㎝, 세로 35㎝ 원형 모양의 윷판이 새겨져 있다.
윷말이 다니는 점 하나의 지름은 2㎝이며 점 간 거리는 3∼4㎝이다.
점은 모두 29개여야 하지만 1개는 바위 조각이 일부 떨어져 나가며 유실돼 28개만 남아 있다.
당산에서 윷판 바위를 발견한 마을배움길 연구소 관계자는 "마한 소국의 천군 제천의례 유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청주에서 마한시대 유물이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마한시대의 유적·유물로는 부모산 일대와 봉명동 일대의 고분군, 송절동의 고분군, 정북동 토성 등이다.
이 관계자는 "청주에 있던 작은 나라의 중심지가 정북토성이고 나머지 고분군이 있는 장소 역시 그 나라를 구성했던 읍락 등이라는 점에서 당산의 윷놀이판은 마한시대 천군이 제천의례를 행했던 소도에 있던 유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적·유물 전문가들은 당산의 윷판 바위가 마한시대 유적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도청 인근 산이 당산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이곳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한시대의 제사 터인 소도라고 볼만한 근거는 지금껏 발견된 게 없다"고 말했다.
통상 소도에는 깨진 그릇이 출토되는 등 일정한 특징이 있지만 청주 당산에서는 이런 유형의 유물이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충남 공주와 대전 동구, 경북 포항과 안동 등 전국 곳곳에서 윷판 바위가 발견됐는데, 윷판이 새겨진 시기를 특정지은 곳은 한 곳도 없다.
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윷놀이가 삼국시대부터 유행했다는 게 통설"이라며 "청주에서 그 이전 시대인 마한의 유물·유적이 발굴된다고 하더라도 바위 위에 새겨진 윷판이 마한 시기 유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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