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통사 설득하겠다' 공수표 논란…기존약정자 불만
법적근거 없는 25% 약정할인 확대 애초부터 무리
과기정통부, 설득 약속했다가 업계 반발에 "강요할 일 아냐" 후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정부가 이동통신 요금 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6월 말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조치가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지가 관심거리였다.
신규로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는 25% 요금할인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미 20% 할인 조건으로 약정을 체결해 놓은 소비자도 혜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2015년 4월에 약정할인율이 12%에서 20%로 상향조정될 때는 기존 12% 할인 약정자도 20% 약정으로 갈아탈 기회가 있었다. 그해 6월 말까지 이동통신사에 약정 전환 의사를 신고하면 위약금 없이 새 조건으로 약정을 다시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9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약정할인율 상향조정의 경우는 기존약정자에 대한 혜택이 없다. 기존 20% 약정자는 약정이 만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위약금을 물고 기존 약정을 해지해야만 25% 약정을 새로 체결할 수 있다.
이는 현행 법령상 기존 약정에 대해 새 조건을 강제로 적용토록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이다.
2015년의 경우 기존약정자에 대한 혜택 적용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에는 기존약정자가 약 40만여명에 불과해 이들로 인해 이통사가 추가로 지게 되는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약정자 수가 1천400만명이나 돼 이들에게도 새 조건에 따른 혜택을 주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 이통사들의 항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가입자에게 할인혜택 확대 적용 시 이통 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1천115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면 영업이익 감소액이 18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영업이익 감소분 역시 기존 가입자도 적용 시 4천59억원, 신규 가입자만 적용할 경우에는 2천836억원으로 차이가 클 것으로 봤다.
정부는 6월 말부터 최근까지 기존 20% 약정자에게도 25% 할인 약정으로 갈아탈 기회를 주도록 이통사들의 '자율협조'를 요청해 왔으나, 결국 법적 근거가 없이 이통사들에 이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익 감소가 불어날 것을 우려하는 통신사를 강제할 방법이 달리 없었던 셈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29일 이 문제에 대해 "기업을 설득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순차적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며, 법을 바꿔서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사실상 설득 포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그간 기존약정자에게도 25% 요금할인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소비자·시민단체들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완강히 따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 두 단체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25% 요금할인 적용이 무산된 다음날인 30일 오후까지 이에 대한 공식 성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약정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스스로 이통사들을 설득해 자신들에게도 25% 약정할인 혜택을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해 놓고 열흘만에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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