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구 300만명' 이란에선 비둘기가 말단 공급책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전체 인구 8천만여명 중 마약 인구가 300만여명인 이란에서 마약류 밀반입에 비둘기까지 동원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 최근 이란의 마약 당국이 마약류 운반용으로 훈련된 비둘기 100마리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IRNA에 따르면 이는 이란에서 마약류 밀반입에 비둘기가 동원됐다가 적발된 첫 사례다.
이란은 약물 중독자의 연령대가 어리고 전체 인구 8천만여명 중 300만여명이나 중독자로 집계돼 약물중독 문제가 심각하다.
IRNA에 따르면 이란 서부 케르만샤주 일대 마약상들은 주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훈련된 비둘기의 발목에 약물이 담긴 작은 박스를 달아 날려 보내는 방식으로 마약류를 배송했다.
이란에서 비둘기 경주는 인기 있는 전통 놀이로, 지금도 시골이나 소도시에서는 성행하고 있다.
앞서 쿠웨이트에서는 지난 5월 이라크 접경지대에서 가까운 압달리 시에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케타민 178알이 담긴 작은 배낭을 멘 비둘기가 잡혔었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는 마리화나 40g과 코카인 5g을 북부 도시 부카라망가의 한 교도소로 운반하던 비둘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그동안 약물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사범을 체포하거나 사형에 처하는 등 주로 처벌에 초점을 맞춰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침해 감시 단체인 '이란 휴먼 라이츠'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란에서 사형이 집행된 239명 가운데 129명이 마약사범이었다.
현재 이란 법에 의하면 아편 5㎏이나 헤로인 30g을 소지한 경우 사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자국에 마약퇴치 기금을 지원하는 유럽 각국이 지난해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중단하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면서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선고 기준을 아편 50㎏, 헤로인 2㎏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란 마약 당국은 케르만샤주에서 '수스크'(바퀴벌레)로 불리는 악명 높은 마약상 체포 작전을 벌였으며 이 지역에서 지난 4개월간 최소 2천300여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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