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고래 싸움' 겪은 부탄, 어느 편에 설지 '난감'

입력 2017-08-30 14:02
인도-중국 '고래 싸움' 겪은 부탄, 어느 편에 설지 '난감'

中·印 구애경쟁…부탄 "평화·고요, 현 국경선 유지희망"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히말라야산맥 국경지역의 군사적 대치를 끝낸 중국과 인도가 이번에는 양국 국경선 사이에 위치한 조그만 산악 국가 부탄을 영향력 하에 두기 위한 2차전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중국이 경제적 지원과 관광교류를 무기로 부탄을 공략하는 반면 인도는 1949년 체결한 우호조약을 바탕으로 부탄과의 전통적 유대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히말라야 지역 전문가인 루팍 삽코타는 부탄 정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중국과의 유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실제 힘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탄은 앞으로 외교적 묘책을 위한 공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인도에 비해 중국은 부탄에 더 많은 경제적 지원과 관광교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부탄 주민들은 중국과 인도, 부탄의 국경선이 접한 도클람 고원의 군사적 대치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과의 국경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부탄은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는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중국 접경국 가운데 부탄은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인도 방위분석연구소 동아시아센터의 자가나스 판다 소장은 "부탄은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국경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탄과 협약을 체결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문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인도의 이익을 무시하면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부탄은 지난 1949년 인도와 우호조약을 체결하고 인도의 외교정책을 따르기로 했다면서 "중국과 국경문제 협상안을 타결하기 전에 인도의 우려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부탄의 의무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는 이번 군사적 대치가 시작될 당시 부탄은 인도 편이며 인도군이 도클람 고원에 군대를 파견한 것은 부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탄의 일부 비판론자들은 인도가 지난 1975년 시킴 지역을 합병했던 것처럼 도클람 고원 지역에서 벌인 군사적 모험주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탄을 합병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부탄 주민들의 대다수는 이웃 지역인 티베트를 점령한 중국보다는 인도를 더 좋게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탄 주민은 "인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면서 "어쨌든 인도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쑨스하이는 "부탄 같은 작은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길은 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은 인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탄 외교부는 29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국과 인도 양국의 국경 대치가 종식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이제 평화와 고요, 그리고 현 국경선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중국과 인도군이 국경 지역 군사적 대치에 들어간 이후 부탄이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난 6월 29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부탄은 당시 도클람 고원에 중국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1998년과 1998년 양국 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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