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쇄테러 놓고 중앙정부·카탈루냐 서로 '네 탓'
카탈루냐, 독립찬반투표 강행 Vs 스페인, '자치권 몰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있었던 연쇄 차량 테러의 책임 소재를 놓고 양측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연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며 잠시 정치 싸움을 중단했던 양측은 이번 테러를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먼저 공격을 재개한 것은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다.
그는 테러 발생 이후 여러 자리에서 중앙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카탈루냐 자치경찰(모소스 데스콰드라)이 열악한 상황에 몰려 필요한 테러 예방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중앙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스페인 정부가 올해 카탈루냐 지방의 경찰관 신규 채용을 막은 데 이어 유럽 형사사법 공조기구인 유로폴의 범죄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카탈루냐 경찰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을 의도적으로 질질 끌고 있다는 것.
푸지데몬 주지사는 지난 26일 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는 "그들(스페인 정부)에게 안전을 갖고 정치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했다. 불행히도 스페인 정부는 다른 우선권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방해하려고 일부러 경찰력의 신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앙정부와 분리독립 반대 세력들은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 등지에서 일어난 이번 연쇄 테러를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여론을 잠재우는 데 활용하는 모양새다.
영향력이 큰 보수성향 일간지 엘파이스는 이번 연쇄 테러에 대해 "카탈루냐 정치인들이 현실로 돌아와 국가적 이익의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새로운 관계 형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작년 벨기에의 한 경찰관이 카탈루냐의 한 지방경찰관에게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이번 테러의 핵심 배후조종자로 지목된 이슬람 성직자(이맘) 압델바키 에스 사티(40·사망)에 대한 범죄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카탈루냐 경찰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그가 위험인물임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사전에 몇 차례 나왔는데도 카탈루냐 경찰이 이를 간과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압력단체인 스페인 국립경찰·헌병대 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 경찰이 국립경찰을 의도적으로 수사과정에서 배제했다"면서 "그들은 오로지 자기들이 충분히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에, 카탈루냐 분리독립주의자들은 자치경찰이 이번 연쇄 테러에 매우 훌륭하게 대처했다면서 독립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능력을 대내외에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푸지데몬 주지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해도 자치경찰이 매우 뛰어나게 위기를 관리해왔다면서 "우리는 특별한 때만이 아니라 매일매일 독립 국가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탈루냐가 특히 자신하는 분야는 경제다. 바르셀로나라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와 피레네산맥, 지중해를 거느린 이 지방은 매년 1천7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올해 지역총생산(GRDP) 성장률은 3.3%로 예상된다.
스페인 전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에 크게 뒤지는 2.8%(IMF 전망) 수준이다. 분리독립주의자들에게는 부유한 카탈루냐가 스페인 경제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중앙정부의 법적 제재 경고와 헌법재판소의 위법 결정에도 오는 10월 1일 분리독립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푸지데몬 주지사는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는 치를 것'이라며 배수진까지 쳤다.
중앙정부는 강력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 정부가 주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분리독립 행동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스페인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몰수하고 자치경찰에 부여된 권한 역시 국립경찰에 강제로 귀속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탈루냐 측은 분리독립 찬성이 과반이면 즉각 국경을 통제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분리운동을 주도하는 정당 연합 '찬성을 위해 함께'와 극좌 연정파트너 '민중연합후보당'(CUP) 등이 독립 후 과도정부를 세우기 위한 방안들을 28일 내놓자 스페인 정부는 즉각 일축했다.
스페인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그런 방안을 아무리 많이 발표해도 상관없다. 다만, 그 어떤 것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EFE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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