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야구계, 심판과 금전 거래 구단 더 늘어나나
'금전 거래 없다'던 KIA, 구단 직원 두 차례 심판에 송금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전직 심판과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한 프로야구단이 두 팀으로 늘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연루된 구단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프로야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KIA 타이거즈는 29일 "최근 직원 2명이 KBO 심판과 관련된 검찰 수사 도중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금전을 빌려달라는 심판의 부탁에 2012년과 2013년 100만 원씩 각 1회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IA는 "KBO 심판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에 구단이 연루된 데 대해 KIA 팬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사과가 너무 늦었다.
2014년 심판 직에서 물러난 A 씨는 지위를 이용해 야구 선후배는 물론이며 구단에까지 '급전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KBO는 지난해 말 10개 구단에 공문을 보내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이때 두산 베어스는 "김승영 대표이사가 2013년 플레이오프 직전인 10월 중순 심판 A에게 300만원을 건넸다"고 자진해 신고했다.
KBO는 3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두산에 엄중 경고 조치를 했다.
솜방망이 처벌인 데다, KBO가 자체 조사 결과와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팬들은 KBO와 두산을 향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더 실망스러운 일이 터졌다. 당시 KIA는 KBO에 "A 씨 금품수수 관련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심판 A 씨에게 금품을 건넨 직원 두 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KBO가 자체 조사를 할 때, 금품을 건넸다고 인정한 구단은 두산뿐이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A 씨가 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씨가 활동할 때 1군 무대를 뛴 다른 7개 구단은 금전 거래에 대해 부인했다.
A 씨는 2012, 2013년에 대다수 구단에 금품을 요구했다. KIA의 사례처럼 검찰 조사에서 타 구단의 A 씨와 금전 거래 내용이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
A 씨와 부적절한 금품 거래를 한 구단은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다. 김승영 대표이사는 사건이 불거진 후 사표를 제출하고 팀을 떠났다.
아직 검찰도 A 씨의 금품수수를 '승부조작'의 대가로 보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많은 팬이 KIA·두산 관계자의 행동을 '심판 매수'라고 부른다.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심판에게, 구단 관계자가 돈을 건넨 것만으로도 실망감이 매우 크다.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한 구단이 늘어나면 프로야구의 신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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