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들 "북한, 일본에 큰소동 야기해 미국 흔들려는 의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9일 새벽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겨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에 큰 소동을 야기해 미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소자키 아쓰히토(磯崎敦仁) 게이오대(慶應大) 준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며 "이후 미국이 만족할만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진 것이 발사의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이소자키 교수는 미사일 발사 장소에 대해 "미국에 군사행동을 일으키게 하지 않을 범위에서 실전에 가까운 형태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주목했다.
그는 "미국령 괌 근처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 군사행동을 일으키지 않은 범위에서 일본에서 큰 소동을 일으켜서 미국을 흔들려고 한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발사 장소가 평양 공항 근처인 순안 일대인 것과 관련해 이소자키 교수는 "어디에서라도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보내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57분께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동쪽 방향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비행거리는 약 2천700여km, 최대고도는 약 550여km로 판단하고 있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 교수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가운데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 획득을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강한 반발을 가져올 것이 뻔한데도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데서 미사일 기술 강화를 향한 김정은 위원장의 극히 강한 의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즈미 교수는 "다만 북한이 미국의 요격과 보복 등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래서 괌 근해에 대한 발사는 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괌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가 성공을 거뒀다는 것을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선전해 미사일 기술의 진전을 강하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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