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패관료가 빈곤탈출 뒷다리…기금 가로채기 만연

입력 2017-08-29 13:07
中 부패관료가 빈곤탈출 뒷다리…기금 가로채기 만연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에서 빈곤층을 위해 쓰여야 할 기금을 하위직 공무원들이 가로채는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발표를 인용해 전형적인 부패사례 중에서 향촌 관리들이 상부로부터 지급된 빈곤탈출기금을 떼어먹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빈곤선 이하 인구가 가장 많은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성의 한 향촌 관리는 2014~2016년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마을의 빈곤탈출기금에서 총 15만 위안(약 2천556만 원)을 횡령했다.

중서부 산시(陝西)성의 향촌 관리는 빈곤층 가정에 강제적인 '기부금'을 요구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관광과 관련한 소규모 창업기금 지급 허가를 받은 가정마다 5천 위안(약 85만 원)의 기부금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빈곤선 이하의 30개 가정은 이 관리로부터 요구받은 기부금을 내야만 기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국민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빈곤탈출 캠페인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부패가 심한 영역 중 하나로 드러났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현(縣)·진(鎭)급 시골 마을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중국사회과학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중앙기율위에 접수된 주민 애로사항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빈곤탈출 관련 지방민이 보낸 것이었다.

중앙기율위가 작년 상반기에만 전국적으로 빈곤탈출 관련 부패행위로 처벌한 간부 공무원은 5천 명 이상이었다.

최근 2년간 중앙기율위는 탈빈곤 캠페인 관련 부패의 전형적 사례 개요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는데 상당수가 놀랄만한 내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작년 8월 공개된 사례에서 안후이(安微)성의 한 향촌 관리는 2014년 마을주민 24명의 은행계좌에서 10만 위안(약 1천703만원)을 인출해 도박 등에 탕진했다.

이 관리는 주민을 대신해 연기금을 신청하면서 통장을 맡고 있었다. 인출한 돈은 모두 주민들의 탈빈곤 기금이었다.

좡더수이(庄德水) 베이징대 청렴정치건설연구소 부주임은 "비록 탈빈곤 관련 부패가 중국의 반부패 드라이브의 우선사항이지만 이를 뿌리 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하급 공무원의 도덕수준은 저마다 각자 다르며, 빈곤 관련 기금을 공무원들의 재정적 짐을 더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하급 공무원들이 협잡을 일삼아도 이들의 감독관이 종종 마지못해 허술한 점을 조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CMP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가난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당시 즉각적으로 떠오른 의문의 하나는 바로 돈과 자원이 올바른 사람에게 가는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였다"며 "공산당 반부패 감시기구는 이것이 쉽지 않은 업무라는 점을 최근 보여줬다"고 전했다.



reali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