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맹주행세? 에르도안 "세계가 눈멀었다" 로힝야 구호 촉구

입력 2017-08-29 11:10
이슬람 맹주행세? 에르도안 "세계가 눈멀었다" 로힝야 구호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보편적 인권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지만 세계 각지에 있는 무슬림을 지지하는 터키의 주도적 위상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에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을 언급하며 "안타깝게도 세계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불교로의 개종을 강요당하며 토지가 몰수되고, 강제노동을 하는 등 핍박을 받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는 지난 2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에게 방화와 성폭행, 학살 등의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탄압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일에는 방글라데시 국경 인근에서 로힝야족과 미얀마 정부군의 충돌이 빚어져 100명 가까이 숨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 사태를 "아주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언급하며 다음 달 열리는 유엔(UN) 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가능한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이런 사태를 규탄한다"며 "모든 인류가 이들에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1923년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세속주의를 앞세워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수립한 이후 이슬람 원리주의와는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가치의 강화를 내세우면서 최근 터키는 이슬람 원리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 앙카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이스라엘에 '2국가 해법'을 흔드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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