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반미친중…트럼프 비난에 미국과 고위회담 3건 취소
미 남아시아정책 불협화음…"중국은 협력 굳건한데 미국은 전쟁 끌고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파키스탄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연일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파키스탄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파키스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하면서 파키스탄을 비판한 데 대한 대응으로 최근 애초 예정됐던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3건을 모두 취소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새 아프간 전략 설명을 위해 자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차관보 대행과 국가안보회의(NSC)의 리사 커티스와의 회담은 물론 카와자 아시프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도 무기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전략 발표 당시 파키스탄이 아프간 탈레반 등 테러범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파키스탄이 테러범을 계속 은닉하면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파키스탄 외교부는 "파키스탄의 커다란 희생을 무시한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반발했고, 현지 정치권에서도 미국이 아프간 정책의 실패를 파키스탄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파키스탄 압박 정책은 파키스탄이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프 장관은 미국 방문을 취소한 대신 중국과 터키, 러시아에 갈 예정이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외교관리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중국은 굳건하게 우리와 함께 서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을 파키스탄으로 끌고 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냉전 시대 이래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었다. 당시 파키스탄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저항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치권이 파키스탄 정부를 아프간과 주변 지역으로 가는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측과 파키스탄이 자국 내 테러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측으로 갈리면서 양국 관계도 흔들렸다.
최근 몇 년 사이 파키스탄은 자국 영토를 미국이 아프간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통로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 미군 무인기 공습도 수용하고 있다.
그 대가로 파키스탄은 미국에서 수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파키스탄이 탈레반과 같은 테러조직과 싸우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상당 규모의 지원을 취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키스탄은 갈수록 중국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신(新)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하나로 추진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통해 파키스탄에 최소 520억 달러(약 58조원)를 투자하고 외환위기에 몰려 있는 파키스탄에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의 차관을 지원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중동 연구 책임자인 리 궈푸는 "트럼프의 새로운 남아시아 전략은 그것이 완전히 실행되기도 전에 이미 파키스탄에는 이미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돼 강한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키스탄이 중국과 가까워지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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