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비' 강타 텍사스에 연방정부 지원 약속
수십억 달러 규모…의회에 일괄지원 예산 조속 처리 요청
'멕시코 국경장벽' 연계 셧다운 가능성 낮아질 듯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 피해를 입은 텍사스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AP,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가 이미 승인한 자금이 몇주내로 고갈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의회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복구 예산을 빨리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복구 예산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샌디 때에 필적할 만한 '일괄 지원'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지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30억 달러 넘는 기존 재난 재원으로 당장의 비상사태는 넘길 수 있지만,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 피해를 이겨내고 텍사스를 재건하기 위해 의회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원이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도 대변인을 통해 이번 재난으로 피해받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의회는 일단 임시지출법안에 지원예산을 추가할 것으로 보이며, 아직 구체적인 지원예산 규모를 가늠하기는 이르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30억 달러 넘는 현 재난 재원이 하비 피해복구 작업으로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휴스턴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홍수 규모를 감안할 때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2만2천명이 이미 연방정부 지원을 신청했지만 지원받을 요건이 되는 것은 50만명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는 의회의 협조를 확신한다"며 "필요한 만큼 재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협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도 모든 가용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법안의 조속한처리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괄 지원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안 통과를 압박하며 경고한 연방정부 셧댜운(잠정폐쇄)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재난 피해자보다 국경장벽 건설에 혈안이 돼 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강행하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자연재해가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과는 상관이 없다"며 "두가지는 별개"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잔해 제거와 수만명의 주민 임시거처 마련 등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비 지원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그 외에 불요불급한 예산 지출은 잠시 미뤄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회는 2005년 카트리나, 2012년 샌디 발생 당시 대규모 일괄 지원 절차를 밟았으나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그 액수에 반대한 바 있다. 백악관 예산국장인 믹 멀베이니도 사우스 캘리포니아 의원이었던 2013년 기존 예산을 활용하자며 샌디 피해 일괄지원 예산안에 반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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