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슈뢰더 전 총리, 對러 제재대상 석유회사 돈벌이 시도 논란
빌트 "獨국민 48.7% '비판적'"…총선열세 사민당도 거리두기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감독이사회(감사회) 의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중지 빌트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빌트는 올해 73세인 슈뢰더 전 총리가 그저 단순하게 조언하는 이사가 아니라 비(非)경영 성격의 감사회 의장에 오를 것이라는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의 기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2005년 총리직에서 물러나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에서 일해온 슈뢰더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분야 측근 안드레이 벨루조프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아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다고 이 매체는 부연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의 슈뢰더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거두 헬무트 콜에 이어 1998년 총리가 돼 우파적 노동ㆍ복지개혁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실업병에 시달리던 독일경제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장을 개악하여 전통적 좌파 지지층을 배반하고 사민당의 퇴조를 촉발했다는 비판도 듣는다.
또, 독일 전직 총리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지만 옛 명망에 걸맞게 존경받을만한 정치활동을 하기보다는 개인적인 돈벌이가 동반되는 제재대상 러시아 기업 비즈니스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
빌트는 전문기관 '인자'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응답자 48.7%가 슈뢰더 전 총리의 로스네프트 구직 계획에 비판적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옹호하는 견해는 22.5%에 그쳤고, '모르겠다'라는 의견은 28.8%로 집계됐다고 빌트는 덧붙였다.
슈뢰더를 향한 독일국민들의 냉랭한 시각은 9월 총선에서 열세에 처한 사민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스타 정치인'이 없는 사민당에 총리를 지낸 슈뢰더는 보탬이 될만한 '거물'로 인식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총리직 4연임에 도전 중인 기민당 당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그 틈을 노려 최근 슈뢰더 전 총리의 행보에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슈뢰더 전 총리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로스네프트가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기업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나아가 "나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에 경제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라고까지 다짐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에 더해 사민당 총리후보로 나선 마르틴 슐츠 당수마저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슈뢰더 전 총리와 거리를 뒀다.
그러나 정작 슈뢰더 전 총리는 이달 중순 스위스 신문 '블리크'에 자신이 그런 직무를 맡는 것이 사민당에 "해(害)를 끼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반론했다.
빌트는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경제활동을 통해 세전 기준 연간 41만8천 유로(약 5억6천만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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