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해' 이준 "도중에 '망했다' 싶었다…정말 어려웠다"

입력 2017-08-29 14:20
수정 2017-08-29 16:54
'아이해' 이준 "도중에 '망했다' 싶었다…정말 어려웠다"

뒤늦게 찾은 아버지의 거짓정체에 무너지는 연기 열연

정소민과 자연스러운 러브신도 화제…"모두 철저히 계산된 연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가짜) 아버지에 대한 중희의 마음은 솔직히 끝날 때까지 다 못 푼 것 같아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다가 끝난 느낌이에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다 해도 이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시 한다면 이보다 못할 거예요."

어려운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의 소회는 이러했다.

KBS 2TV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아이해)의 8개월 여정을 끝낸 배우 이준(29)을 29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이준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변화가 크고 성장을 많이 한 인물 '안중희'를 연기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발연기'를 하는 '무개념' 철부지였지만, 52회의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안중희는 사려 깊고 멋진 청년으로 거듭났다.

두달(10월24일) 후 '꽉 찬 나이'로 입대하는 이준은 입대 전 마지막으로 맡은 캐릭터에 지금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보통 작품 끝나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은 '시원하다'는 마음뿐이다. 그만큼 어려웠고 힘들었던 것 같다"며 씩 웃었다. 큰 숙제를 끝낸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 "김영철 선배와 붙는 장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어"

안중희가 뒤늦게 친부를 찾아 나선 것은 순전히 '발연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가뜩이나 연기 못한다고 질타받는 상황에서 하필 부성애를 알아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 그런데 그렇게 찾은 친부가 사실은 '가짜'였다.

"'아버지가 이상해'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유쾌하고 밝았어요. 배우들끼리 슛 들어가기 전까지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게 지냈죠. 그런데 저랑 아버지 역의 김영철 선배님이 붙을 때만 촬영장 분위기가 숙연해졌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안중희가 처음에 철없이 아버지를 대할 때나 도중에 아버지가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때나 모두 어려웠어요. 감정의 농도가 짙어도 이상하고 너무 느낌을 빼면 가볍고….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할 때는 슬픈 생각을 하면 되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상상을 해도 중희의 심정이 어떠한지 감도 못 잡겠더라고요."





특히 아버지가 가짜임이 드러난 후 안중희가 무너지고 분노를 폭발할 때는 매 장면 그를 시험에 들게 했다.

"그 당시에는 대본을 받아들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어요. '어휴 망했다' 싶었고요. 중희의 분노와 고뇌를 잘 표현해낼 자신이 없더라고요. 물건을 집어 던지고 수박을 던져 깨는 장면은 너무 강해서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촬영장에서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어요."

그는 "김영철 선배님이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제가 감정을 잘 잡을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고, 제 얼굴과 연기만 따는 장면에서도 일일이 다 연기를 맞춰주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보다도 연세가 많은 대 선배님이라 제가 그 앞에서 위축되는 게 당연한데 선배님이 어떤 눈치도 안 보게 편하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또 '다 하려고 하지 마라'고 조언하셨고요."





◇ "정소민과 러브신 모두 철저히 계산된 것"

그러나 '달달한 멜로'도 있었다. 그와 정소민(변미영 역)이 만들어낸 멜로 호흡은 상큼하고 예뻤다. 러브신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연기가 아닌 실제라는 의혹(?)이 제기됐을 정도.

"정소민과 실제로 '썸'을 타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준은 "네에?"라며 대경실색했다.



"정소민과의 멜로 연기는 100% 계산된 거였습니다. 애드리브가 하나도 없었고, 정반대로 몇 차례씩 커트를 나눠서 찍고 여러 번 찍은 결과입니다.(웃음) PD님이 멜로에 욕심이 많으셔서 한 장면을 3시간씩 찍기도 했어요. 키스신도 여러 버전으로 찍었어요. 진하게 찍었다가 덜 진하게 찍기도 하고…. 철저하게 짜여진 합으로 연기했는데 그게 굉장히 자연스럽게 다가간 것 같아요."

그는 "아버지와 연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멜로 연기는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았고 재미있게 찍었다"고 말했다.

"로맨스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진득하게 멜로를 찍어서 좋았어요. 팬들이 만든 편집 영상 중에 '안중희의 멜로 눈빛 세트'가 있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들어요. 중희가 미영이를 바라보는 감정의 곡선들이 다 담긴 거였는데 참 좋더라고요. 이 드라마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 "'발연기'를 잘 연기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안중희'는 아이돌 스타 출신 배우라는 점에서 실제 이준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배우 연기가 이번이 세번째인데 다 캐릭터가 조금씩 달랐어요.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스트레스받는 배우, '럭키'에서는 의욕 없는 배우였죠. 이번에는 '발연기'하는 '싸가지 없는' 배우였고요.(웃음)"

가수 출신이지만 이준은 '발연기' 논란에 시달린 적은 없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곧잘 하네" 소리를 들었고, '갑동이'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거치며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솔직히 '발연기'가 쉬울 줄 알았어요. 연기를 막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웃기게 하면 추하게 보이고, 진지하게 하면 '발연기'의 맛이 떨어지고요. '발연기'를 잘 연기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을 했지만 나중에는 아예 준비를 안 한 채 촬영장에 갔어요. '발연기'에 대해 뭔가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상해지더라고요."

이준은 "안중희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변화가 어려웠고 초반에는 제대로 못해서 욕도 먹었지만 50부나 되는 긴 호흡의 드라마라 대본을 충실히 따르면 인물의 변화와 성장이 보여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연속극이 처음이었는데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새로운 팬이 많이 생겨 너무 좋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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