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국민 위해 푼다'…내년 429조 '슈퍼예산' 확정
국정과제 반영 복지 12.9% 증가…복지지출 비중 34% '사상최고'
일자리 12.4%·청년일자리 21% 늘려…SOC·산업·문화·환경은 축소
11조5천억 지출 구조조정…국가채무 700조 돌파에도 GDP 대비 40% 안 넘어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짜여진 내년도 정부 예산이 올해 대비 7.1% 늘어난 429조 원으로 확정됐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예산이 12.9%, 교육예산이 11.7%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된다. 특히 복지예산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34%를 넘어선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무려 20% 삭감되고, 산업 분야도 소폭 감소하는 등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축소된다.
재정의 선제적·적극적 운용에도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지 않는 등 재정 건전성은 오히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18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고 오는 9월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국회는 오는 12월 2일까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처리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은 429조원으로 전년(400조5천억원) 대비 증가율은 7.1%(28조4천억원)다.
이는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된 2009년(10.6%)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총지출 증가율은 2013년 5.1%, 2014년 4.0%, 2015년 5.5%, 2016년 2.9%, 2017년 3.7% 등이다.
내년 예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포함한 총지출(410조1천억원)에 비해서는 4.6% 늘어나는 수준이다.
이같은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용은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국민과의 약속인 정책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우리경제 성장세 확대,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우선순위가 있다"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중장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지금 정부가 돈을 쓸 곳에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5년간 178조원에 이르는 국정과제 재정투자계획의 첫해 소요분인 18조7천억원을 차질없이 반영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추가정책과제에 따른 소요재원도 빠짐없이 편성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내년 예산안의 중점 편성 방향을 일자리 창출 및 질 제고, 소득주도 성장 기반 마련, 혁신성장 동력 확충, 국민이 안전한 나라, 인적자원 개발 등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12개 세부 분야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등 8개 분야 예산이 증가했고, SOC와 문화, 환경, 산업 등 4개 분야는 감소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보건·복지·노동으로 12.9% 늘어난다. 교육(11.7%), 일반·지방행정(10.0%) 등도 전체 예산 증가율을 웃돌았다.
보건과 노동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취약계층 소득기반 확충, 서민 생활비 경감 등을 위해 12.9% 늘어난 총 146조2천억원을 책정했다. 복지 예산 비중은 34%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이중 문재인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19조2천억원으로 12.4%, 청년 일자리 예산은 3조1천억원으로 20.9% 증액했다.
사람투자의 또다른 축인 교육 예산은 64조1천억원으로 11.7% 늘어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42조9천억원에서 내년 49조6천억원으로 15.4% 늘어난 영향이 크다.
복지와 교육 예산을 합할 경우 210조원이 넘어 전체 예산의 절반(49%)가량을 차지한다.
일반·지방행정 예산 배정액도 69조6천억원으로 10% 늘어난다. 이중 지방교부세는 46조원으로 12.9% 증액됐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합한 내년 지방이전재원은 95조5천억원으로 14.2% 늘어나 총지출 증가율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주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군 장병 생활여건 개선을 추진하면서 국방 예산(43조1천억원)은 6.9% 늘어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외교·통일 분야 예산도 5.2% 늘어난 4조8천억원이 책정됐다.
'꼭 써야할 분야'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대신 11조5천억원 규모의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물적투자 축소 방침에 따라 SOC 예산은 무려 20% 삭감된 17조7천억원에 그쳤다. SOC 예산은 2016년(-4.5%)과 2017년(-6.6%)에 이어 3년 연속 삭감됐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역시 0.7% 줄어든 15조9천억원이 반영됐다.
박근혜 정부 때 크게 늘어난 문화·체육·관광 분야 내년 예산은 6조3천억원으로 8.2% 급감했다.
내년 총수입은 447조1천억원으로 7.9%(32조8천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국세수입은 법인 실적 개선 및 '부자증세'를 담은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등으로 올해 242조3천억원에서 내년 268조2천억원으로 10.7%(25조9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3.0%, 경상성장률은 4.6%로 잡고 세수를 예측했다.
세입증가율이 높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금(국세와 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올해 18.8%에서 내년 19.6%로 높아진다. 올해 추경안 기준 조세부담률이 19.3%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도 소폭 올라갈 예정이다.
국민부담률은 올해 본예산(25.1%)이나 추경안(25.7%)에 비해서도 높은 26.1%로 전망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9조원으로 올해(28조원)에 비해 1조원 가량 늘어나고, 국가채무는 올해 670조원에서 내년에는 39조원 늘어난 709조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대에 올라설 전망이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 등 선제적 재정혁신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1.7%에서 내년 -1.6%로 0.1%포인트(p) 개선된다. 국가채무 비율 역시 내년 39.6%로 올해 대비 0.1%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올해 추경안 기준과 비교하면 변동이 없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은 "전체적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났음에도 세입이 증가한데다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내년 국가채무비율이나 재정수지가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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