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검경 농락 '안하무인' 레드볼 창업주 손자 인터폴 적색수배

입력 2017-08-29 09:44
태국검경 농락 '안하무인' 레드볼 창업주 손자 인터폴 적색수배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경찰관을 상대로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5년간 처벌받지 않아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킨 것은 물론,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한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유위디아 오라윳(32)이 국제 수배 대상에 올랐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지난 5월 검찰 소환 시한을 앞두고 자가용 비행기로 싱가포르로 건너간 뒤 종적을 감춘 오라윳을 적색수배 대상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크리싸나 팟타나차런 태국 경찰청 대변인은 전날 "인터폴이 오라윳에 대해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고 통보해왔다. 전 세계 경찰 조직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발견될 경우 임시구금 후 (태국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적색수배는 용의자가 외국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조처"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인 오라윳은 지난 2012년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 순찰 근무 중인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사건 발생 후 측정된 오라윳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법적 운전 허용치를 초과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사고 뒤 체포됐다가 보석금 50만 바트(약 1천700만원)를 내고 석방돼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업무 등을 이유로 해외에 머물면서 8차례나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면서도, 정작 전 세계를 유람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되면서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이런 가운데 태국 검찰은 지난 4월 말 8번째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는 출석 시한을 이틀 앞두고 몰래 태국을 빠져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

싱가포르 공항에서는 그가 타고 갔던 자가용 비행기가 버려진 채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도 오라윳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초동 수사과정에서 그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줬고 이후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그를 강제구인하지 않았다.

또 지난 5월 잠적한 오라윳에 대한 인터폴 수배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서류 번역을 빌미로 몇 달간 시간을 끄는가 하면, 오라윳의 체류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지정하지 않아 검찰의 수배 요청이 또다시 지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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