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긴축압박에 中과 손잡은 그리스, '일대일로' 교두보 된다

입력 2017-08-28 16:52
EU 긴축압박에 中과 손잡은 그리스, '일대일로' 교두보 된다

국가 부도위기에도 투자 계속한 中에 '보은'…유럽에 대한 실망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수년째 이어진 재정난으로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 중인 그리스가 자국을 압박하는 유럽 국가들에 등을 돌리고, 대신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런 그리스의 호의적 태도에 중국도 그리스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교두보로 삼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쩍 가까워진 양국의 모습은 최근 여러 사례에서 목격된다.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등으로의 진출을 가속하고 있는 중국은 재정이 부족한 남동부 유럽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에도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의 한 축인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추진하는 데 있어꼭 필요한 그리스에 최근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영해운회사 원양해운(Cosco)이 그리스 최대 항구이자 해운 산업의 중심지이자 피레우스항의 지분 6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것이 대표적 예다.

수도인 아테네에서 남쪽으로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이 항구는 아시아를 떠난 중국 선박이 실은 물품들을 바꿔 싣는 환적항 역할을 해왔다.

채무에 허덕이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강도 높은 긴축압박을 받는 그리스로선 중국의 자금은 생명줄과 같다.

이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을 매년 찾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방문에선 중국 기업과 수십억 유로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리스도 국제사회의 중국 비판에 눈감으며 암묵적으로 중국을 돕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여름 EU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도발을 비판하는 합동성명을 발표하려고 하자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성명도 EU 28개 회원국 중 그리스가 유일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리스가 유럽 대신 중국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데에는 자국을 쥐어짜기만 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실망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10년 그리스가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들은 자금 지원의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제시하며 그리스인의 반감을 샀다.

반면 중국은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부실채권을 일제히 사들이며 투자를 줄이지 않았고, 이에 그리스가 중국에 마음을 열게 됐다는 것이 유력한 해석이다.

그리스 의회 외교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코스타스 도니사는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에게 거머리처럼 행동했지만 중국은 계속해서 돈을 가져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데 누구는 뺨을 때리고, 누구는 구호금을 줬다"며 "무언가를 대신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누구를 도와주겠는가? 뺨을 때린 사람인가 아니면 도와준 사람인가?"라고 반문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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