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골' 타고 용암동굴까지 오염시킨 양돈장 분뇨

입력 2017-08-28 17:02
'숨골' 타고 용암동굴까지 오염시킨 양돈장 분뇨

상명리 주민들 "지하수 오염 우려…실태 밝혀야"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지하수 오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가축 분뇨 수백t이 땅속 '숨골'을 타고 용암동굴까지 오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9일부터 절개지 틈에서 가축 분뇨가 쏟아져 나왔던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한 채석장. 쏟아진 가축 분뇨 처리와 숨골 실태조사를 위해 8월 초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채석장 바닥을 파기 시작한 제주시와 제주도자치경찰단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오전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하 20m 지점에서 발견된 길이 50m, 높이 최소 7m 규모의 용암동굴의 바닥이 가축 분뇨 찌꺼기로 오염돼 있었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액체는 대부분 물길을 따라 흘러나갔고, 돼지의 털과 슬러지 상태의 가축분뇨가 바닥에 깔려 불쾌한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앞서 자치경찰단은 해당 절개지 인근의 숨골 분포 분석을 토대로 반경 1㎞ 내의 양돈장 13곳을 특정한 뒤 분뇨 발생량과 외부업체 수거량의 차이가 큰 7곳을 대상으로 가축 분뇨를 무단 방류한 양돈장을 가려내는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자치경찰단은 28일 현재 가축 분뇨 무단방류 혐의가 확인된 6곳의 양돈장 가운데 혐의를 일부 시인한 금악리와 명월리의 양돈장 4곳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자치경찰단은 "수천 마리씩 돼지를 키우는 대규모 양돈장들이 계획적으로 가축 분뇨를 상습방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면서도 "가축 분뇨의 무단방류 기간과 양에 대해서는 추정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드러난 용암동굴 가축분뇨 오염과 관련해 고승범 상명리장은 "동굴이 그 정도로 오염돼 있다면, 엄청난 양의 가축 분뇨가 이미 저지대로 흘러내러 갔다는 증거"라며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명리의 또다른 주민도 "도 전체의 지하수 오염 실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올해 들어 7월까지 가축 분뇨를 무단 배출하거나 관리 기준을 위반한 44곳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7곳을 형사 고발하는 등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t당 1만원 이상의 분뇨 처리 비용을 아끼려는 비양심 농장주들의 무단 투기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행 가축 분뇨의 관리와 이용에 관한 법률은 축산폐수를 땅에 무단 방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숨골은 용암동굴이 붕괴하거나 지표면 화산암류가 갈라져 지표수가 지하로 잘 흘러드는 곳으로, 지하수 함양의 원천인 동시에 오염의 취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숨골로 가축 분뇨가 스며들면 지하수가 고인 곳으로 흘러들어 가 20년 이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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