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겐 지루한 아마존…토종 사이트에 밀려 점유율 1%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마존 사이트는 맹물처럼 지루하던데요. 하지만 징둥닷컴은 빨강, 주황 같은 여러 색이 섞여 있어 쇼핑할 맛이 나요."
중국 상하이에 사는 인터넷 사업가 왕하오(38)씨는 미국 아마존, 중국 징둥(京東·JD)닷컴의 차이점을 이같이 지적했다고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유독 중국에서는 소비자의 시큰둥한 반응 탓에 시장 점유율이 1%대에 그치는 굴욕을 겪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가을 중국 시장에 '아마존 프라임'을 들고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1년이 다가오기까지 점유율이 1% 근처를 맴돈다는 것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소매 시장 중 토종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각각 47%, 20%를 차지해 점유율 1위와 2위에 올랐다.
반면 아마존은 1.3%에 그쳤다.
최근 조사에서는 더 떨어졌다. 지난 6월 현재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의 분석에서는 소비재 시장 점유율이 1%에 머물렀다.
아마존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흔히 중국 당국의 규제를 거론하지만 알고 보면 아마존의 경쟁력이 중국 토종 업체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유통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아마존의 기대와 달리 회원제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차이나 프라임' 회원제를 도입하면서 가입비를 30달러로 파격 할인했지만 중국에선 미용 체인, 헬스클럽 등에서 터진 스캔들 탓에 회원제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남아 있다.
아마존의 모바일 앱도 중국 사이트에 비해 할인 혜택, 배송 서비스 등에서 뒤처지는 수준이다.
유로모니터 애널리스트인 셜리 루는 "현지 업체들은 이미 빠른 배송, 고객 서비스,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추고 있다"면서 "아마존이 파고들기 어려운 분야"라고 진단했다.
중국인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통해 서양 제품을 구매하는 데 솔깃할 것이란 예상도 현실에서는 어긋났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이미 지난해부터 방대한 상품 목록을 갖췄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비장의 무기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중국에선 당국의 검열에 부딪혀 차단된 상태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잡으려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현지의 제조사, 판매사에 아마존닷컴을 통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로버트W베어드의 애널리스트인 콜린 서배스천은 "아마존은 중국에서 주류 온라인 유통 업체로서 경쟁하려던 전략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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