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랭지 '안반데기' 가보니…"금배추 훔쳐 가지 마세요"

입력 2017-08-28 11:50
최대 고랭지 '안반데기' 가보니…"금배추 훔쳐 가지 마세요"

잦은 비에 짓무르고 썩어 작황 부진…배춧값 고공행진에 '절도금지' 현수막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배춧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의 고랭지 재배단지인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에서 고랭지 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안반데기에 올라 처음 만난 것은 '농작물 절도행위 금지'를 알리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는 것이었다.

금배추로 불릴 정도로 높은 배춧값에 최근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예년에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해발 1천100m에 있는 200ha 규모의 안반데기는 국내 최대의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다.

국내시장의 48%를 차지하는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 생산단지는 고지대에 있어 가뭄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다른 곳보다 훨씬 극심한 피해가 발생해 배춧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곳 배추는 추석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이곳은 작년 설치한 최첨단 농업용수 개발사업으로 극심한 가뭄 피해는 비껴갔다.

총 공사비 62억5천만원을 들여 6천400t을 저장할 수 있는 취수보와 펌프용 양수장 4곳, 1천t의 물을 저장하는 대형 저수조 5곳을 갖췄다.

200t을 저장할 수 있는 소형 저수조 1곳을 포함해 6곳의 저수조를 설치했다.

총 19.6Km의 송·급수관로를 매설해 직접 농업용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수대 56곳도 설치했다.



그러나 이어진 폭염과 유례없는 잦은 비 등 궂은 날씨 피해는 벗어나지 못했다.

강릉은 8월 들어 27일까지 19일이나 비가 왔다.

7월에도 20일이나 비가 내렸다.

28일 온통 녹색이어야 할 안반데기 배추밭은 벌레가 파먹은 듯 듬성듬성 노란색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심각하다.

많은 배추가 시들어 있고 껍질은 벗겨져 물렀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밭에서도 썩은 냄새가 나는 곳도 있다.

겉은 멀쩡한 배추도 뿌리와 줄기가 짓무르고 썩는 등 상했다.

멀리 보이는 족히 1만㎡ 정도 되는 배추밭이 온통 노란색이다.

지켜보던 한 농민은 "저기 노란색 띠는 배추밭은 상품성이 떨어져 애써 키웠지만, 수확하지 못한다"라고 알려준다.

배추 출하가 이뤄지고 있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출하 작업을 하던 농민 김모(57)씨는 "이곳은 예년에 4.5t 트럭으로 5대가량 나오던 곳이지만 올해는 3대 나오기도 힘들다"라며 "그것도 차를 꽉 채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결구가 안돼 포기도 작아지고 양도 적어졌기 때문이다.

출하를 앞둔 배추밭 곳곳에서는 이날 또다시 예보된 지겨운 비 소식에 조금이라도 더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친환경 방제차가 바쁘게 움직인다.



한편 안반데기는 한국전쟁 후인 1965년부 미국의 원조 양곡을 받아 화전민에 의해 개간이 시작된 화전민의 고단한 삶과 애환,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다.

떡메로 떡쌀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덕판)처럼 우묵하면서 평평하게 생겼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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