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산성물질 공격 급증…총칼규제 풍선효과?

입력 2017-08-28 11:18
영국서 산성물질 공격 급증…총칼규제 풍선효과?

산 쉽게 구해 10대들도 가세…"누구나 공격 대상"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영국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산(酸)을 던져 피해자에게 화상을 입히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면서 산을 이용한 공격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민 사이에서는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산성 물질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3년 사이 산성 물질 공격 피해자가 3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소유주나 은행가, 정치인 등 모든 사람들이 산성 물질 공격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자칫 이런 산성 물질 공격이 유행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 공격은 10대들도 산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범죄다.

자베드 후세인(30)은 자신의 스쿠터를 타고 가다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춰 있는 사이 얼굴을 가린 10대들로부터 산 공격을 받았다.

범인들은 후세인의 스쿠터를 훔쳐 달아났다.

영국은 안전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산성 물질 공격 급증 추세로 표백제를 비롯해 암모니아, 세제가 들어 있는 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잠재적인 공격범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 공격 사건 전담 책임자인 서퍽 경찰서 부지서장 레이첼 키어튼은 "산 공격은 총이나 칼을 이용한 공격과 다르다"며 "산 공격은 불구자로 만들거나 외모를 흉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런던경찰청 및 지역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산 공격 사례는 700여건에 달했다.

이는 2015년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키어튼은 올해의 경우도 산 공격이 50%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산 공격의 목적이 다양하겠지만 범죄조직이나 강도들이 주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산 공격범 가운데 일부는 10대들로 이들 가운데 21%는 18세 미만으로 분석됐다.

산 공격에 사용되는 물질은 표백제와 암모니아, 그리고 부식을 일으킬 수 있는 산 종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시 책임자들에 따르면 "최근의 산 공격은 대부분 과격하고 공격적이며 조직화한 스쿠터 절도범들과 관련돼 있다"며 "이에 따라 런던에서 스쿠터를 몰고 다니는 시민들이 특히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의 한 기업 중역인 지나 밀러는 지난해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된 발언을 한 이후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는 한 잡지에서 "누군가 내 얼굴에 산을 끼얹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면서 "누군가 물병 등을 들고 나를 따라오는 것을 볼 때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이달 초 런던의 몇몇 법원 건물 관리원들은 물병을 들고 건물로 들어오는 방문객이나 판사, 변호사 등 모두에게 물을 마시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물병 속 액체가 산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산 공격 급증 현상은 영국 정부가 무기 소지 행위에 대해 한층 엄격히 대응하면서부터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2015년의 경우 칼을 2차례 연속 소지했다 적발되는 경우 예외 없이 6개월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투 스트라이크'(Two Strike)법률이 도입됐다.

영국의 경우 총기나 칼을 이용한 범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산 공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얼굴 등을 부식시킬 수 있는 산성 물질을 판매하는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산 공격이 범죄조직의 폭력과 마약 거래, 각종 폭력과 연관이 있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 의원 스티븐 팀스는 정부가 산 물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층 엄격하게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팀스 의원의 지역구는 영국에서 산 공격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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