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에 '일국양제' 우려하는 홍콩…중국군 몰려올까 조바심

입력 2017-08-28 11:28
태풍 피해에 '일국양제' 우려하는 홍콩…중국군 몰려올까 조바심

마카오에 중국군 투입에 놀란 홍콩…"인프라 갖춰져 올 필요 없을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태풍 하토와 파카가 연달아 상륙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본 홍콩이 '인민해방군 투입'이라는 또 다른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들이닥친 태풍 파카로 홍콩에서는 미끄러운 빗길에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6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홍콩국제공항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677편의 여객기 운항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홍콩의 이런 태풍 피해는 이웃 마카오와 비교하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은 마카오에서와 마찬가지로 홍콩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투입될까 우려하고 있다. 마카오에 구조활동을 이유로 인민해방군이 대거 투입된 것을 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23일 불어닥친 태풍 하토로 10명이 사망하고, 244명이 부상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봤던 마카오에선 현지 정부의 요청으로 인민해방군이 1999년 주둔 후 처음으로 시내에 투입됐다. 시내에 투입된 인민해방군이 물에 휩쓸린 자동차 안에 있던 4명을 구조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치자, 많은 마카오 주민들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포르투갈이 중국에 마카오를 반환한 1999년부터 인민해방군이 주둔해왔으나, 마카오 기본법은 유사시 인민해방군 투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홍콩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홍콩에도 주둔하고 있는 인민해방군이 태풍과 같은 유사시에 홍콩 시내에 투입된다면, 이는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하더라도 '일국양제' 원칙을 훼손하는 첫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국가 두 체제를 뜻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청킴와 홍콩 폴리텍대학 교수는 "만약 같은 일이 홍콩에서 발생했더라면 홍콩 주민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을 것"이라며 "홍콩인들은 베이징의 간섭을 싫어해 이러한 일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인의 정서와 잘 갖춰진 사회간접자본 등을 고려할 때 인민해방군의 홍콩 시내 투입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2014년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며 79일간 벌인 도심 점거 시위인 '우산 혁명' 때에도 홍콩인의 반발을 고려해 인민해방군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SCMP는 "자치권을 가진 행정부, 잘 갖춰진 배수 시스템, 효율적인 홍수·산사태 방지 조처 등을 생각할 때 인민해방군 투입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누구도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즉답을 피한 캐리람 행정장관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홍콩에 인민해방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정에 기반을 둔 질문에 불과하다고 이를 무시하면서도 즉각적인 답변은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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