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예산] 지금 아니면 안돼…목표보다 2조 많은 11.5조 '지출다이어트'
내년 이후 더 강력한 재정혁신 추진 예고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강력한 지출 다이어트를 단행했다.
기존 사업 중 쓸모없는 지출은 과감히 줄여 내년 예산이 국정 과제 이행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새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이후엔 더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재정지출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내년 이후부터 질적 구조조정을 더 강화하고 지방재정 분권을 정착시키는 등 재정 정책 전반의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 재정지출 원점서 재검토…모든 부처가 뼈 깎는 구조조정 돌입
29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28조4천억원(7.1%) 늘린 429조원으로 잡았다.
애초 중기계획상 2018년도 총지출은 414조3천억원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며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이를 반영해 무분별하게 총지출을 늘리면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40조 원이나 늘어 440조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는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세출을 60조2천억원 줄이기로 하고 1년 차인 내년 구조조정 목표를 9조4천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정부는 목표를 2조1천억원 초과해 기존 재정지출 사업에서 11조5천억원을 깎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투자 우선순위, 사업 성과, 집행 수준, 지출 성격 등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하게 덜어냈다.
구조조정 결과 도로, 철도 등 그간 어느 정도 공급량이 충족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무려 20%에 해당하는 4조4천억원 깎였다.
산업(-1조원), 문화(-6천억원), 환경(-5천억원), 농림(-6천억원) 지출도 구조조정 됐다.
국방, 복지, 연구·개발(R&D) 등 기타 7개 부문에서도 모두 4조4천억원이 깎였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애초 중기계획상 총지출에서 11조5천억원을 덜어내자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재정적 여력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정 과제 추진에 18조7천억원을 배정했다.
국정 과제 추진에도 당초 20조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재정 소요를 꼼꼼히 따져 2조원 가까이 줄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1조1천억원을 들여 내년 7월부터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1조2천억원을 투입해 누리과정 전액을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청년 2만명 추가채용 지원, 내년 21만3천명에게 지급되는 청년 구직촉진수당, 중앙직 공무원 1만5천명 충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노인 기초연금을 월 20만6천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1조7천억원을 더 투입하고 공적 임대주택 17만호 공급에 2조5천억원, 치매 국가책임제 인프라 확충에도 1천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달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때 언급되지 않거나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된 추가 정책과제를 선제로 추진하기 위해 7조5천억원의 재원도 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지는 소상공인 지원에 3조원,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 지원 등과 같은 보훈 보상 확대에 5천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4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출 구조조정은 첫해에 못하면 둘째 해, 셋째 해에는 더 못한다"며 "전 부처가 예외 없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 국가채무비율 0.1%p 개선…내년 질적 구조조정 본격 스타트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결과 나라 살림살이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708조9천억원으로 올해 예산안 때보다 39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7%에서 39.6%로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으로 보면 국가채무비율 수준이 39.6%로 같다.
총수입에서 총지출,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 28조6천억원 적자로 적자 규모가 3천억원 늘어나지만 GDP 대비로는 1.7% 적자에서 1.6% 적자로 0.1%포인트 떨어진다.
퍼주기식 복지로 나라 살림이 악화할 것이라는 비판과 대조되는 전망이다.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올해 양적 구조조정을 1단계 재정혁신으로 삼아 내년에는 질적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이후 재정 분권을 정착시키는 등 단계적인 재정혁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나라 살림 씀씀이의 체계를 개편해야 쓸 곳에 돈을 쓰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예산안에서 정부는 질적 지출 구조조정을 일부 추진하기도 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 지원을 올해 36개에서 내년엔 56개 과제로 확대했다.
경제 주체 간 협업을 강화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예산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창업에 융합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5개 창업 선도대학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원 특화형,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과학기술 특화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이다.
이외에 수출기업이 서비스나 공급기관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수출 바우처 대상을 2개에서 6개 사업으로 확대해 수요자 중심 예산 편성도 한 발 더 내디뎠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같은 렌트 배분체계 개선, 융합예산 편성,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확대 등 질적 구조조정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2단계 재정혁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2019년부터는 국가·지방간 기능 재조정, 지방재정 분권 추진방안,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마련해 3단계 재정혁신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참여예산을 2018년 예산안에 시범 도입해 6개 사업에 422억원을 지원하는 등 예산 편성에도 '혁신'을 추진했다.
참여예산은 국민이 직접 예산사업을 제안하고 심사, 선정하는 제도로 올해 나라 살림 아이디어, 광화문 1번가 제안사업을 토대로 1천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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