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도발 의도 냉정하게 분석해 긴장 늦추지 말아야

입력 2017-08-27 17:32
[연합시론] 北 도발 의도 냉정하게 분석해 긴장 늦추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26일 강원도에서 동해 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쐈다. 한 발은 발사된 직후 폭발했지만 나머지 두 발은 250여㎞가량 날아갔다. 단거리 발사체여서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때와 같은 큰 파급력은 없지만 어쨌든 도발인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이나 이를 전후해 자주 도발을 해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한 걸음 물러선 듯한 상황이라 근 한 달 만에 다시 도발을 감행한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복잡해진 한반도 상황에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북한의 도발 의도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철저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쏜 발사체의 종류를 놓고 만 하루가 지난 뒤에도 한미 양국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지만, 우리 군은 이를 개량된 300mm 방사포이거나 새로운 형태의 중단거리 지대함 미사일로 보고 있다. 미군 측은 발사체 2발이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이를 정정하기도 했으나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은 고수했다. 탄도미사일이 맞는다면 이의 발사를 금지한 유엔결의를 위반한 것이 된다. 방사포라면 '포탄'에 속해 유엔결의 위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쏜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든 방사포든 예상된 수준에서 나온 도발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 북한이 UFG에 맞춰 대응훈련을 해왔으며 전날 도발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만 쏜 것은 상황을 더 악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으며, UFG 훈련 후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한껏 긴장을 고조시킨 뒤 대화를 해온 '벼랑 끝 전술'의 경험칙에서 나온 판단일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서 앞으로 다가올 대화의 실마리를 본 셈이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당국의 예상은 곧 현실화할 수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풀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바라는 대로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군사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날 것이고 북한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북미 직접 대화에 우리가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통미봉남을 고수해온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에서 우리를 원천적으로 배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미국과의 동맹을 고리로 우리의 안보이익이 일방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과의 동맹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한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고도화 과정에서 주로 미국을 향해 도발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남한으로 방향을 튼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북한의 전력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예상된 수준'이라며 넘어갈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쐈는데도 요격은커녕 발사체 종류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대비태세가 그만큼 미흡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선군절(8월 25일)을 맞아 북한 특수작전부대를 동원해 우리 영토인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대한 가상 점령훈련을 하고, 중부전선 우리 군 GOP(일반전초)에서 약 1㎞ 떨어진 최전방지역까지 암행시찰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심상치 않은 일이다.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은 현장에서 바로 배로 되갚아준다는 각오와 의지를 보여야 예방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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