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앞두고 새삼 주목받는 원작 소설들
'살인자의 기억법' 20만부 돌파, '남한산성' 100쇄 넘겨
정유정 '7년의 밤'도 영화로…스티븐 킹 '그것'은 표지 새단장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올가을 국내외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이미 명작으로 꼽힌 작품들이지만 영화 개봉과 함께 다시 주목을 받는다. 문학출판계도 표지를 새로 입힌 특별판을 내는 등 간만에 맞은 여름철 호황을 이어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영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살인자의 기억법'이 다음달 7일 먼저 개봉한다.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뒤 사라져 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가 체중을 감량하고 특수분장 없이 70대 노인 병수를 연기했다. 2013년 소설을 출간한 문학동네 관계자는 "1인칭 화자의 잠언 같은 문장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소설은 벌써 분위기를 탔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소설 분야 8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영하가 지난 5월 신작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을 낸 이후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꾸준히 입소문이 났다. 워낙 '믿고 읽는' 작가이기도 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최근 출간 4년 만에 20만 부를 돌파했고 현재까지 21만5천 부를 찍었다.
김훈의 동명 원작을 토대로 한 '남한산성'은 추석 연휴를 앞둔 다음달 27일 개봉한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와 신하들이 청나라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조선의 앞날을 논했던 47일간의 이야기다. 공지영 소설 '도가니'를 영화로 만든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병헌이 주화파 최명길, 김윤석이 척화파 김상헌 역을 맡았다.
2007년 출간된 소설 '남한산성'(학고재)은 '칼의 노래'(2001), '현의 노래'(2004)에 이은 김훈 역사소설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지금까지 10년간 102쇄, 60만 부를 찍은 베스트셀러다. 학고재는 지난 5월 100쇄 출간을 기념해 문봉선 화백의 그림 27점과 김훈의 후기를 보탠 아트 에디션을 냈다. 101쇄부터는 개정 신판으로 찍고 있다.
문학계에서는 영화를 계기로 주로 중장년인 김훈 소설의 독자층이 젊은 세대까지 두터워지길 기대한다. 기존 독자 입장에선 김훈의 남성적이고 빈틈 없는 문체가 스크린에 어떻게 옮겨졌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스티븐 킹은 '캐리', '샤이닝',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등 영화화된 작품의 숫자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다. 늦여름 그의 작품 두 편이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판타지 '다크 타워'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 지난 23일 개봉했다.
공포물 '그것'(원제 'It')은 다음달 7일 극장에 걸린다. 스티븐 킹이 1986년 발표한 '그것'은 27년 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모습을 한 채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다. 소설가·디자이너·건축가·회계사 등 마흔을 코앞에 둔 어린 시절 친구들은 '그것이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고향 마을로 다시 모인다.
소설은 출간 2주 만에 100만 부가 팔렸고 TV시리즈로 이어지면서 '광대 공포증' 현상을 일으켰다.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예고편이 유튜브에서 하루 만에 2억 뷰를 기록하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것'은 2004년 민음사의 장르문학 브랜드 황금가지에서 스티븐 킹 전집의 일부로 번역·출간된 바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춰 최근 표지를 새롭게 단장한 리커버판이 나왔다. 황금가지 관계자는 "성장소설로도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 장르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유정의 '7년의 밤'도 올해 안에 영화 관객을 찾아간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고 류승룡·장동건이 출연한다.
2011년 출간된 '7년의 밤'(은행나무)은 '미치광이 살인마'로 불린 아버지와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세상을 떠돌던 서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독일·프랑스·일본 등 7개국에 소개됐다. 51만 부(95쇄)를 찍었고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읽히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현재 추세로는 올해 안에 100쇄 돌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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