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툭 까놓고 보여줄게" 대학생 사업가의 꿈
'전공·대학생활 안내' 인기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 대표 정재원씨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이런저런 이유로 전공을 잘못 찾아온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대학생활을 후회로 보내는 사람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재학생들 입으로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빌딩 내 사무실에서 만난 '연고티비' 대표 정재원(23)씨는 연세대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정씨 설명에 따르면 산업공학과는 '기술경영을 배우는 곳'이다. 흔한 전공이 아니다 보니 점수에 맞추거나 주변의 권유를 따라 진학했다가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정씨가 연고티비를 창업한 계기 중 하나다.
연고티비는 정씨가 지난해 연세대·고려대 공동 창업학회에서 프로젝트로 시작한 사업이다. 두 학교 학생들이 학과를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나 아프리카TV, 페이스북 등으로 내보내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방식이다.
원하는 학과를 스스로 정해 대학에 진학했다는 정씨는 "대학에 와보니 성적에 맞췄거나 부모님 의견을 따라 진학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원하던 전공이 아니어서 후회하다 뒤늦게 전과나 복수전공, 편입 등을 준비하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친구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연고티비를 구상했다.
"대학에서 직접 겪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을 알려주는 매체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재학생들이 앉아서 툭 까놓고 얘기해주는 방송을 구상했죠. 그러면 주변 동기들이 하는 것 같은 고민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첫 방송은 지난해 5월 18일 아프리카TV로 생방송됐다. 정씨는 "엄청난 대박은 아니었고 100∼200명이 봤다"며 "정말 웃기고 재밌어서 '아 이거,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연고티비는 유튜브 구독자가 6만3천여명, 페이스북 팔로워는 6천300여명에 이르는 등 제법 유명한 매체로 성장했다. 광고 등 수익도 들어와 정씨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한다.
연고대 공동 학회의 틀에서 시작한 연고티비는 이제 '주식회사 유니브'라는 이름을 달고 확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미디어 시장인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다.
정씨는 "미국 MCN 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부터 연락이 와 이달 초 미국에 다녀왔다"며 "미국은 시장 규모가 워낙 커 광고 등 부가적 부분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한국 시장은 그만큼 더 치열하게 움직여야 해 고도화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고티비의 세계화 가능성을 묻자 "더 고민해봐야 한다"며 "'스탠퍼드티비'같은 것도 재밌기는 하겠지만, 지역·문화적 특성이 잘 맞아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CN 업계는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정씨는 "업계가 성숙하지 않았고 확실한 수익 모델도 없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재학생 신분으로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학점은 지난 학기 2점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는 "가끔 '그냥 졸업해서 취업하면 어땠을까.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라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내 손으로 뭔가를 해본다는 것이 재밌고,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금 아니면 못 해보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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