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정청탁' 인정…'삼성물산 합병' 재판에 변수 되나
주주들이 낸 합병무효 소송, 1심 재판 결과 참고해 10월 결론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본 법원의 1심 선고가 승계작업의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그간 주주들과 벌이는 합병무효 민사 재판에서 "합병은 경영상 시너지를 위해 추진된 것이며 승계작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반대되는 형사 재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1심 결론이어서 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고 민사와 형사 재판은 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대입'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삼성 합병 등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삼성 측의 노력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권한을 행사해 이 부회장이나 삼성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으며 승계작업이 그룹과 계열사의 이익에 기여한 측면이 있고 지배구조 개편이 이 부회장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합병무효 1심을 진행 중인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주주들은 2015년 이뤄진 합병이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보유한 이 부회장 일가에 유리하고,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로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 일가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주식 4.1%를 보유한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적은 비용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 주가를 낮게 '관리'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삼성 측은 합병비율이 시장 가치에 따라 정해진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함종식 부장판사)가 심리 중이며, 9월 18일 마지막 재판을 한 뒤 10월 선고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앞서 선고가 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 부회장의 형사사건 결과까지 참고해 합병을 무효로 할 만큼 ▲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했는지 ▲ 합병결의에 결정적 하자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이 적정했는지, 부정청탁의 결과가 국민연금 내부 결정을 거쳐 합병 자체를 무효로 할 정도의 법적인 흠결로 이어졌는지를 비롯해 두 회사 내부의 합병 준비 과정에는 이상이 없었는지 등을 따져보게 된다.
아울러 삼성 합병에 찬성한 여타 기관투자가나 주주들의 의사 결정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이들의 행위는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전체적인 합병결의 자체가 정당한지 등도 고려 대상이다.
문 전 장관은 6월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의 지시로 합병 시너지가 과대 평가돼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고 이 부회장 등이 이익을 얻었다고 봤다. 다만, 그의 뒤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5월 서울고법은 합병 반대 주주들이 주식매수가격 부분을 문제 삼아 별도로 낸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매수가격 자체가 너무 낮게 형성됐다는 점에 대해 주주들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당시 고법은 "삼성가(家)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이 의도적 실적 부진을 겪거나 국민연금의 비정상적 주식 매도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낮게 형성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가 심리 중이다.
이들 여러 사건의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약 20년 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시작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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