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먹거리 파동…우지 라면에서 살충제 계란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피프로닐에 오염된 '살충제 계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럽에서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는 돼지고기 원료로 만든 가공육 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먹거리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식품 품목만 보더라도 라면에서부터 분유, 만두, 꽃게, 계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멜라민 분유 파동처럼 실제 유해 성분이 들어가 문제가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지 라면 사건처럼 결국 식품으로 적합하다는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 사상 초유의 대형매장 계란판매 중단 = 올해는 유럽에 이어 이달 한국산 계란에서도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전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매일 식탁에 오르고 빵이나 과자 등에 널리 사용되는 계란이 살충제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대형매장에서 계란 판매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의 원성만 샀다.
◇ 가짜 백수오 사태 = 2015년에는 '가짜 백수오' 사태가 식품 불안을 부추겼다.
한국소비자원은 당시 홈쇼핑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건강기능식품 백수오 관련 제품 상당수에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 대량 환불 사태가 일어나 해당 제품을 제조·유통하거나 취급한 업체들이 큰 손해를 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엽우피소가 포함된 백수오 제품을 압류하는 등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소비자원의 제품 점검 방법이 잘못됐고,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유해한지 등을 확인된 바 없다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 카드뮴 낙지 = 2010년 추석을 앞두고서는 낙지·문어 등 연체류 머리에 암을 유발하는 중금속인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조사결과에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서울시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가급적 낙지의 머리를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식약청이 조사 방법을 문제 삼으며 낙지의 카드뮴 함유량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며 서울시와 대립했다.
낚지 산지인 전라도 어민이 버스를 타고 상경해 항의하고 국회의원들이 낙지가 몸에 해롭지 않다며 낙지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 멜라민 분유 = 2008년에는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분유 파동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번졌다.
중국에서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섞인 분유를 먹은 영아 6명이 사망했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분유와 우유, 과자 등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
식약청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와 똑같이 국내 과자 중에서 멜라민 수치가 가장 높게 나온 제품이라도 꾸준히 많은 양을 섭취해야 유해하다고 발표했지만 역시 반발만 불러왔다.
◇ 쓰레기 만두 = 2004년에는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사회가 떠들썩했다.
버려진 찌꺼기 단무지로 속을 채운 만두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한 만두 업체가 경찰에 적발되고, 단무지가 쓰레기봉투에 담긴 장면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 시민들은 만두를 믿지 않게 됐다.
수많은 만두 업체들이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았으며 한 업체 사장은 무고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식약청은 졸속 조사를 했다고 인정했으며 법원이 '쓰레기 만두' 판매업체의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 납 꽃게 = 2000년 중국산 꽃게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납이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일부 '납 꽃게'는 통관을 마치고 유통 직전에 발견되기도 해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 포르말린 통조림 = 1998년에는 번데기와 골뱅이 통조림에 유해물질인 포르말린을 첨가한 혐의로 통조림 제조업체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대규모 통조림 반품 사태가 벌어졌으며 상당수 업체가 도산했다.
하지만 통조림에 고의로 포르말린을 넣은 증거가 없는 데다가 통조림에서 검출된 양이 다른 식품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 우지 라면 = 국내 최초의 라면 회사인 삼양식품은 1989년 말 '우지(牛脂) 파동'에서 라면에 비식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논란의 한 가운데 서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삼양라면 등 일부 업체가 사용한 우지는 가공하면 먹을 수 있지만, 국민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삼양라면은 결국 8년 뒤인 1997년 대법원에서 우지가 식품으로 적합하다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라면 시장의 70% 정도를 석권한 삼양라면은 우지라면 파동 이후 추락을 거듭해 후발주자인 농심에 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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